양자역학적인, 인어 =변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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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적인, 인어
=변윤제
숙련된 기술자들은 인어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르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머리와 몸통을 던지는 사람일수록 직급이 높았다
태어나 한 번도 마주본 적 없던 속이 드러나는 찰나, 제 몸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려는 머리통도 있었다 번개가 마르고 통 안에 자신의 상체가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 양자역학에 따르면
누군가 들여다보는 순간 물질은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어 버린다고
그 말은 회칼로 인어를 자르기 전 몸통 안쪽엔 유선형의 빛, 가시 사이 퍼져나가는 잔향, 태초에 탄생한 부모에게서 온 파동이나, 먼바다를 헤엄치던 지느러미 입자와 가능성이 정말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나 머리와 떨어지자마자 그것의 육체는 통조림용 생선의 일부로 변해버렸다
월급을 받지 못한 어떤 날엔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잔뜩 쌓여할 할 그들의 머리를 들고 집에 돌아올 때도 있었다
속살이 부드럽고, 깊고 버려진 것이기에 여전히 대가리로만 남을 수 있던 그것들
저녁 식탁, 그들의 머리는 매운탕 국물 속에 겹겹이 중첩되어 보이지 않았다 숟가락에 고인 진한 국물 어딘가에서 내 얼굴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대가리탕을 끓일 때 넘친 양념이 그들의 눈을 감겨줄 때도 있었고 물결치고, 들썩이고, 뒤섞이며 머리통은 한 그릇 요리로 재차 변해가고 있었고
문학동네시인선 205 변윤제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018-019p
얼띤感想文
시제를 대하는 첫인상은 엥 이것 물리학 시간인데 하며 가질 수도 있으며 아! 어렵겠는걸. 하며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학은 늘 마음이기에 아주 재밌게 쓴 시다. 양자역학은 물리학에 얘기하는 그 양자역학이 아니라 揚子이거나 養子 혹은 兩者 하나 더 얘기하면 洋字, 樣姿양자다. 올린 자식, 기르는 자식, 둘과의 관계, 서양의 글자처럼 이국자,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 힘의 관계 역학이다. 역학도 물론 통역도 있음을 생각해 본다. 인어는 人魚가 아니라 引語로 보고 人魚를 생각하며 쓴 글쓰기인 셈이다.
다음은 인어의 모습인데 머리통과 몸통으로 나뉜다. 인어에서 머리가 떨어지자마자 그것은 육체의 통조림용 생선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인쇄되었다는 말과 같다. 출판의 최종단계인 인쇄 들어가기 전, 우리는 퇴고하듯이 마치 회칼로 인어의 전반적인 곳곳 두루 회 쳤을 것이고 거기서 빛도 오르고 가시 같은 것을 발라냈을 것이다. 그 과정에 겪는 그러니까 태초에 탄생한 부모에게서 온 파동, 먼바다를 헤엄치던 지느러미 입자와 가능성까지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말하자면 시의 계통을 따지는 것인데 딱 읽어보면 얘는 이쪽이야 아냐 저쪽인 것 같은데 어 그런가 하며 분류 단계를 거치게 되고 그것마저도 머리와 동떨어지는 어떤 특별성을 갖는 인어야말로 진정한 통조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에구 벌써 바다의 깊은 맛을 본 듯한 느낌이다. 야
월급을 받지 못한 어떤 날, 그러니까 화가 치밀 것이다. 그런 것들은 음식물 쓰레기봉투처럼 버려야 하지만 사람이라 버릴 순 없고 머릿속 잔뜩 고여 있겠지, 오히려 이를 땐 속살은 부드럽고 깊다. 너그럽게 보아 넘긴 쪽이었으나 다시 생각하면 이 갈리는 일이라 여전히 대가리에 남아 있어, 매운탕 끓일 때나 숟가락으로 진한 국물 한 수저 떠올릴 때도 마냥 떠오르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시인이라 그 화 치미는 것 생각하니 대가리탕 끓이는 것도 끓이는 것이지만 대가리 안에서도 더불어 끓이고 있으니 거기다가 이걸 어떻게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좋은 인어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재차 궁리하는 차, TV속 양자역학 테마와 그것들 모두 폭락하는 찰나 양자역학은 양자역학대로 떠돌다가 한 그릇 진딱 우려내자 下夏, 이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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