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의 전설 =허 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어떤 방의 전설 =허 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4-07-28 06:44

본문

어떤 방의 전설

=허 연

 

 

    아침마다 빨랫줄에 앉아 울고 가는 까마귀가 있었고, 마름모꼴로 생긴 방이었다. 어느 계절이었다. 세상에 나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방에서 나오면 철제 계단이 있었다. 철제 계단을 감당하면 그다음 골목들과 간판들과 주택들,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

 

    번번히 포기했었다. 철제 계단 앞에서 돌아서곤 했다. 하루 종일 뒹굴던 작은 방에는 주술 같은 연속무늬가 있었다. 하나씩 세다 보면 무늬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기들끼리 만나고 헤어졌다. 그 방도 벅찼다.

 

    새로 만들어진 것을 피해 내가 살았다. 미래는 서툰 권력이다. 난 방을 나가지 않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 연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

 

 

   얼띤感想文

    시에서 쓰는 용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의미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읽어야 한다. 이 시를 보면, 아침마다 빨랫줄에 앉아 울고 가는 까마귀가 있다. 나를 푹 적시는 빨랫줄 그러니까 마음 수양하듯 무슨 걸레라도 쭉 짜듯이 그렇게 온몸 울고 가는 그런 검정이 있었던 게다. 까마귀는 검정을 상징하며 시 객체다. 마름모꼴로 생긴 방이었다. 원형 구체 경전 뭐 그런 것이 아니고 모가 난 어떤 못난이를 상징한다. 어느 계절이다. 계절도 季節이 아니라 뚝 분질러 놓은 어느 시점(繼絶)이다. 방에서 나오면 철제 계단이 있었다. 그러니까 시 객체를 만나는 순간 곧이곧대로 바라보는 직선이자 홍조 빛 띄울 철제에다가 한 단계씩 거쳐야 하는 것들, 그다음은 지류나 그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 이상한 어떤 계류 그것은 골목들이다. 간판들 이름 있는 것들, 주택들 칸칸 기차보다는 큰 개념으로 닿는다 여러 겹겹 그러니까 문단쯤으로 본다.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하니 머리만 아프다.

    번번이 포기했다. 그러니까 간판이고 주택이고 뭐고 없이 벌써 철제 계단 앞에서 돌아서는 일 자주였다. 그러다 온종일 내 방에 그냥 앉아 주술 같은 연속무늬만 즐기는 것이 된다. 주술도 우리가 아는 주술일 수도 있으나 시에서는 주로 다루는 그런 기술, 그 무늬 하나씩 세다가 엄청난 속도로 자기들끼리 만나고 헤어졌다. 사실 그렇게 있는 것도 보는 것도 놓아두는 것도 벅찬 일이다.

    새로 만들어진 것을 피해 내가 살았다. 누가 시를 쓴 이가 있더라도 내 꼴을 하지는 않음으로 난 산 셈이고 장래는 그러니까 앞으로 읽는 이 또한 이 시를 지배하거나 평할 자 있으려니 그러니 없을 것이므로 기어코 난 방을 나가지 않은 것이 된다. 여전히 독방인 것이다. 나만의 방을 만든 것이 되니 시의 한 계류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 된다. 시인 허연은 허연만의 독특한 시를 형성한다. 송 휘종의 수금체처럼, 수금체하면 송 휘종을 떠올리듯이 에곤쉴레는 에곤쉴레만의 그림이 있듯이 자기만의 냄새 독특한 방식은 있어야겠다는 것을 은연중에 얘기하고 있는 거 같다. 점점 깊어가는 문학의 세계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3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8-06
43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8-06
43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08-06
43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08-05
43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8-05
43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8-05
43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8-05
43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8-05
43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8-04
43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8-04
43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08-04
43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08-03
43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8-03
43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 08-03
43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8-03
43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08-03
43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8-03
43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02
43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8-02
43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8-02
43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8-02
43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8-01
43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8-01
43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1 08-01
43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7-31
43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7-31
43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7-30
43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7-30
43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07-30
43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7-29
43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07-29
43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7-29
43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1 07-29
43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7-29
43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7-29
43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7-28
43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7-28
43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7-28
43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7-28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7-28
43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7-27
43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7-27
43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7-27
43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7-27
43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7-27
43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7-27
43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7-26
43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7-26
43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7-26
43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7-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