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다 여름이라 그래요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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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 여름이라 그래요
=이승희
채송화의 생활을 봅니다
채송화 옆에 앉아 있으면 좋아서 나는 자꾸 웃는데요. 괜히 채송화 주변의 흙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봅니다 채송화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나는 자꾸만 더 그러는 것입니다. 죽고 싶었던 마음들, 저 구름을 밀어올린 무심한 마음들, 나 없이도 더없이 아름다울 세상들, 이제 어떻게 살지라고 웅성거리는 모든 것들과 노래가 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거기다 두고 올 수는 없잖아요.
나의 부음을 채송화가 제일 먼저 받아보았으면 싶어서
문상객으로 채송화가 와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서
채송화의 생활을 하루치의 밥으로 먹습니다
좀 간절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깊어지지 않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다 여름이라 그래요
여름은 그런 거니까
문학동네시인선 217 이승희 시집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055p
얼띤感想文
시를 읽고, 감동이라기보다는 눈물 한 옴큼 훔칠 때가 있다. 가슴 저리며 혼자 읽다가 가슴 저리며 못내 동감하는 일, 그건 죽음과 그에 대한 동경과 그 두려움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미련이 없을 때 삶이 더 고통스러울 때 삶이 더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여길 때다.
여기서 채송화는 채송화彩松花로 굳이 한자로 변용도 해 보았다. 시 객체를 상징한다. 괜히 채송화 주변의 흙을 손가락으로 꾹꾹 놀러 보거나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러는 것과 죽고 싶었던 마음과 저 구름을 밀어 올린 무심한 마음, 나 없이도 더없이 아름다울 것 같은 세상까지 이 모두 시 주체가 갖는 마음으로 표현했지만, 실은 시 객체가 갖는 표현의 거울 측 대변이다. 그러나 그것은 我의 대변이기도 한, 그러니까 채송화 생활을 들여다보는 주체는 이미 죽었다. 죽은 어떤 물체로 강시라고 명명한다면 좀 심한가? 강시는 말을 하며 이쪽 세상을 미리 들여다보며 쓴 것, 이것을 바라본 지금은 여름이라는 사실, 여름이라는 것도 누가 보지는 않을까 해서 미리 써놓은 계절의 날씨다.
사계를 들여다보며 한 해를 생각한다. 해 年 字지만, 이 속에는 밟는 것과 때 묻은 것 비틀거나 짓밟은 것도 있을 것이다. 모두 여름이라 그렇다. 한 세계에 어느 한 시점에서 열린 공간, 어느 긴 그림자가 이 공간을 닫고 나갈 땐 여름은 끝나는 것이 된다. 서둘러 문 닫고 간 이가 있다. 그 사람은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오죽하면 그리 빨리 문 닫았을까!
구름을 밀어 올리는 힘, 그 힘이 얼마나 힘겨웠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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