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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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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다나에 =육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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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7회 작성일 24-07-24 17:08

본문

다나에

=육호수

 

 

    ‘면벽중에 벽을 잃었을 뿐이라고 손톱을 세워 벽 위에 썼다

    어느 궁정 아래 밀봉된 지하 감옥처럼 방안엔 빛의 소문만이 떠다녔다

    누군가 방의 입구에 불을 지른다면 어디로도 나갈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여러 번 화염에 휩싸인 채 깨어나야 했다

    너른 꿈의 좁은 입구에서 여러 번 내쳐졌다 이 방에서 죽어 이 방의 거름이 된 귀신들이 피사체 위로 떨어져내리는 사진가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었다

    쏟아지는 빛에 놀라 깨어났으나 여러 겹의 어둠 속이었다 그 빛이 어디에서 왔을지 알 수 없어 다시 벽을 잃었구나, 생각했다

    어떤 꿈에선 사랑이 많은 사람과 만났다 그와 살아서 가고 싶은 곳보다 죽어서 가고 싶은 곳이 더 많았다 우물 앞에 엎드려 거꾸로 숫자를 세는 동안 물 위에 비친 우리는 묵묵히 우리를 견디어주었다

    어떤 꿈에선 걸음이 남아 꿈의 둘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방향으로 누웠는지 누구의 곁에서 잠에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먼 곳에 꼬리를 물린 바람에게 물어도 깊은 어둠을 헤집는 나무에게 물어도 알지 못했다

    당연한 마음들이 유일한 마음이 될 때까지 그곳을 나오지 못했다

    이빨이 몽땅 빠지는 꿈을 꾸고 난 다음에는 이빨이 아주 많아 좋았다 아직 백 년도 살지 못해 실망스럽기도 했다

 

 

   문학동네시인선 188 육호수 시집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018-019p

 

 

   얼띤感想文

    벽을 마주하고 좌선합니다. 나는 누나의 손톱에 예쁜 봉숭아 물이 들었다고 씁니다. 그건 어느 밀봉이 바라본 지하 감옥처럼 마음 한구석 가두어버립니다. 빛은 빛을 먹었고 빛은 그 빛으로 인해 순간 눈만 멀었습니다. 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러면 하문일까요? 그 속에서 뚝 떨어져 나온 밀봉은 깰 수 없는 꿈처럼 닿고 나는 여러 번 화염에 휩싸여 돕니다. 깨어나야 한다. 깨어나야 한다고 주문을 외지만, 좀처럼 주문은 고라니가 되고 이상한 숲만 거닐다가 간혹 절벽에 내몰립니다. 그러다 마치 웅덩이에 빠진 거처럼 다만 허우적거립니다. 집 거름에 누가 왔는지 함 내다봐라? 그러니까 꿈인 거 같아요. 울긋불긋 꼬까옷을 입은 거처럼 단풍만 요란하고 다시 또 쏟아지는 빛에 놀라 언뜻 깬 아침, 겹겹이 산속 헤매고 돕니다. 죽어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요? 그러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가 꼬리를 보며 들어간 우물 앞에서 무수히 많은 저 수를 세는 일, 원성이 자자한 죽음이 아니라 한 조각의 구름이 스러지는 하여 한 줄 비처럼 내리는 둘레에 담을 치는 겁니다. 심은 나무는 묘지가 되고 파놓은 참호 속은 비참을 극하고 노인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 삭정이를 모으듯 불을 지피는 일,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을 위하여 한 톨 씨앗을 씻듯이 씻지 못할 천고는 없습니다. 이빨은 몽땅 다 빠지고 악어가 되어도 강은 악어새로 넘쳐날 겁니다. 이 순간 피사체로 남을지언정 그림자가 할퀴고 간 면벽은 수행 길이었습니다. 오늘도 깊은 잠에서 벗어나 새 아침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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