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자들 =구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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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
=구현우
몽타주는 그를 닮은 데가 많았다. 그는 자수하러 왔다고 했다. 선생님, 우리가 찾는 사람은 선생님이 아닙니다. 경관이 윽박지르듯 타이르기 시작했다. 쉰 목소리로 그가 내 뱉었다. 저의 죄는 명백합니다. 그 짧은 한마디를 쏟는 동안 억울한 사람들이 서를 찾았고 경관은 다음에 라는 말로 모두 돌려보냈다. 고해성사를 하실 거면 성당으로 가세요. 선생님, 여기가 뭐 하는 덴지 알고 오신 겁니까?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제게 필요한 건 마음의 위로가 아니라 법의 심판입니다. 구체적인 낙인을 찍어주길 바라는 겁니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경관은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끊고 둘러보자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그는 사라졌다. 오늘은 유독 죄를 지은 기분으로 서를 찾는 서민들이 많았고 경관은 나중에 라는 말로 모두 떠나보냈다.
문학동네시인선 134 구현우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 081p
얼띤感想文
죽음의 기준이다. 시는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겠다. 피안의 세계에 넘기는 그 기준, 서는 그 기준점을 제시한다. 서쪽은 늘 해가 지는 쪽이라 어둠은 거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몽타주는 얼추 비슷하게 그린 그림이다. 그러니까 시가 아니라 어설프기 짝이 없는 문장을 상징한다. 몽타주도 그렇지만 몽타주 닮은 이가 이리 많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그가 왔고 억울한 사람이 있고 유독 죄를 지은 기분으로 온 사람까지 수도 없이 다녀갔다. 그러나 죽음의 기준에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아 모두 돌려보냈다. 그렇다. 고해성사할 거면 성당으로 가야 한다. 여기는 시를 쓰는 곳이니까, 법의 심판까지 받는다. 죽음의 기준에 대해서 말이다. 전화벨이 울리고 경관이 수화기를 드는 것, 이는 시의 한 분기점이다. 언뜻 사라지고 없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람도 죽지는 않았다. 하나의 쇼였으며 금시 있다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줄행랑이었음을 예견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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