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百中) =이덕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백중(百中)
=이덕규
뒤란이 소란스러워 돌아가보니 머리에 오색 관을 쓴 새 한 마리가 젖은 깃을 털고 있었다
맑은 정오, 항아리에 이슬 내린 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눈이 퀭한 짐승이 그 안에 비친 검은 그림자를 들여다보았다
산 너머 사리 바다에서 물고기 우는 소리가 종일토록 넘어왔다
먼길을 돌아 일 년 만에 지상에 내려온 누님 발등이 소복이 부어 있었다
얼띤感想文
회화적繪畵的이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 흰 칼이 번쩍거렸다. 그것을 새라고 해도 괜찮을까? 혼란스러운 세상에 나의 삶의 처세는 오늘도 어떻게 흐를 것인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욱 복잡 미묘하다. 그것을 뒤란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왜 머리에 오색 관을 쓴 새 한 마리인가? 오색이라면 홍(紅), 황(黃), 청(靑), 백(白), 흑(黑)을 두고 한 말이겠다. 붉고 누렇고 푸르고 희며 검기까지 하다. 이는 오랜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만물의 갖가지 변화를 상징한다. 불교적 색상론이며 중국 전통문화傳統文化가 묻어나 있다. 중국, 시적이니까 가슴 한가운데다. 하늘이 맑아야 내 기분이 맑고 내 기분이 맑다는 것은 내 가슴 한가운데가 허전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하루가 편안하여 하루가 닿는 모든 일이 잘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아리, 무엇을 끄집어낼 수 있는 시적詩的 장치裝置로 굴과 같은 존재 더 나간다면 얼굴처럼 둥글며 목구멍처럼 깊다. 거기에 이슬 내린 물이 가득하다. 정화수처럼 맑음이다. 그것은 푸르기까지 하여 하늘을 비춘다. 나의 생활과 나의 문화가 함축적으로 내재한 오색관, 거기서 내적 심리상태와 지위地位, 선악善惡 그리고 감정感情과 행동行動, 관점觀點을 비춘다. 그것은 검은 그림자 흑黑으로 승화하고 산 너머 한고비 너머 물고기 우는 소리로 종일토록 내 가슴을 울린다. 시다. 먼 길 돌아 일 년 만에 지상에 안착한 누님의 발등 여기서 누님은 누님이 아니라 누累와 누漏에 가까운 쌓은 매개체媒介體, 쌓아온 어떤 축적물蓄積物이겠다.
소복하다. 퉁퉁 볼 만하다.
문학동네시인선 189 이덕규 시집 오직 사람 아닌 것 013p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