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는 골목 -녹번동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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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는 골목
-녹번동
=천서봉
주황색 공중전화 말고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던 곳
정육점 도마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성 가족공장의 노래
초록(草綠)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곳
연탄가스 마시고 죽은 앞집 수진이가 아직도 아홉 살인, 그곳
얼띤感想文
시가 간결하다. 깔끔한 맛이 있다. 시가 향한 마음 그곳은 고뇌와 번민이 가득한 곳이다. 시제 닫히지 않는 골목, 그 골목은 잊을 수 없는 어떤 정황과 상황이 있음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음이다. 주황색 공중전화 말고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던 곳, 외부와의 소식 말고는 내 마음 풀고 싶은 어떤 수단적인 방법은 없다. 시적 묘사다. 지금 어쩌면 공중전화선 하나를 물고 있는 거 같은 기분까지 들게 한다. 정육점 도마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성 가족 공장의 노래, 시 해부자 사건의 전개다. 초록(草綠)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곳, 식물을 대변하는 색, 그 상황을 읽고 있는 자, 분명 살아 있다. 꼿꼿이 서서 목격했으니까, 그 자리에 심은 변함없는 색 초록, 오로지 바람이 불면 나부끼는 초록,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초록은 언 것처럼 다만 흔들리고 침묵은 슬프기만 한 그곳 녹번동, 연탄가스 마시고 죽은 앞집 수진이가 아직도 아홉 살인, 그곳. 연탄가스 마시고 죽은 수진이지만, 연탄가스처럼 오른 글 향 내 가슴까지 밀려온다. 아직도 아홉 살인, 완벽이라는 수 십十에 못 미치는 그곳. 아홉, 구 달 꽉 찬 수를 제로라 하면 그곳까지 끝까지 이행함을 함축적으로 내재한다. 갑골문으로 표시한다면 구九, 여기서 좀 더 변이하자면 원수 구仇, 원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처치해야 할 적이며 탐구 구究 구멍이 될 만한 곳은 모조리 싹 다 뒤져야 한다는 말이고 물들인다는 염染, 한 번으로 끝낸다면 그건 염색이 아니다. 여러 번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야 제대로 염색이 되듯이 그 구, 구가 모두 들어가 있다. 수진이가 아직도 아홉인 그곳, 이제는 승천할 때도 됐건만, 여전히 구천을 떠도는 그곳, 이곳 번뇌만 가득하다.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0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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