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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표고버섯 키트 =한연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회 작성일 24-07-14 22:40

본문

표고버섯 키트

=한연희

 

 

    밤마다 설치류가 오물거리는 일을 구경해 매일매일 챙겨 먹는 알약을 뱉으면서 구름버섯과 언니버섯 빨강버섯과 귀신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석이버섯 미치광이버섯 버섯은 셀 수 없이 이름이 많고 많으니 밤새도록 오물오물 혓바닥을 굴려보기 더는 여기서 성장을 멈추지 않을 거야 표고버섯이 자라지 않아도 여자애는 무럭무럭 어른이 되어가고 마음속에 균열을 일으킨다 다음을 위해 뿌리를 잘라낸다 버섯 스튜를 다 함께 먹은 날 시궁쥐한테서 빛나던 형광색 눈깔, 짐승 가죽을 벗은 우리는 버섯을 따자 버섯이 되자 버섯을 먹자 언니들을 하나하나 세면서 자라지 않은 발을 볼 때마다 그 발을 짓이긴다 기어코 행복을 기원하면서 하느님 궁뎅이버섯 찬송가라도 읊으며 늘 아침을 맞이하는 숟가락을 버린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풀죽 같은 게 들어 있고 이젠 지긋지긋한 하루를 뒤집어엎기 어제 딴 환각이 목구멍으로 내려간다 정말 끝내주게 환상적인 스튜를 찾아서 숲속으로 내달리면 내 뒤로 도깨비풀 같은 언니들이 폴폴폴 흩어지고 이름이 뭐였는지 얼굴이 어땠는지 상관없어 그렇게 한꺼번에 밀려와 비좁고 어두운 동굴을 막 빠져나온 그때 우리는 모두 나이 많은 여자였다

 

 

   문학동네시인선 199 한연희 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166-168p

 

 

   얼띤感想文

    아침은 눈을 뜹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붉은 텐트처럼 일어나라 그러고 보면, 무엇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설치류만 있을 뿐입니다. 꿈틀거리는 자벌레는 없습니다. 레오가 승강기 타듯 식탁으로 내려가야 할 숟가락은 보이지 않습니다. 잃은 발목과 구겨진 요만 있을 뿐 다시 굳은 환상을 하며 과연 이것은 표고에 이른 것인가 자문해 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매복한 것을 구태여 끄집어내는 일, 오른 싹부터 잘라내야 하는 감자와 번개처럼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마치 물고문처럼 뱉어야 하는 꽃다발에 나의 청춘까지 묻어 묶어 신발을 신는 저 여자 그 여자를 보고 소리쳐 다만 소리쳐 봅니다. 저 저 여기요 라면 한 그릇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엔 스프 빼고 푹 퍼지게 해주세요. 낭창한 그러나 맵시 하나는 끝내주는 눈빛으로 떼굴떼굴 목덜미만 때리고 맙니다. 이왕이면 샴페인까지 가져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고, 흔들어 자 흔들어보세요. 비밀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비둘기는 오늘도 하늘로 날아가니깐요. 세상은 그렇다고 변하지 않아요. 보세요. 끝나지 않을 거 같은 저 숲속을 천천히 걸으며 산책해 보세요. 산책은 던지면서 고마에 간 친구를 떠올려 보란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문자가 오지 않습니다. 비 많이 오던 날 수영복 입은 사진까지 보냈던 여자였습니다. 하얀 드레스가 유난히 예쁜 휴대폰을 들고 웃었던 여자 천장에 총총 샹들리에만 보입니다.

    시는 역시 시인만을 위한 책이란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듯 표고버섯 키트는 줄기차게 내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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