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는 골목 -근린 분구의 일요일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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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는 골목
-근린 분구의 일요일
=천서봉
이곳에선 이름이 의미가 없다 얼굴이 구분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너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에게서 하루치의 햇살이 떨어져 내린다 누군가 마중 나왔지만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별한 자(者)만이 완전한 희망이 된다 추억이라는 구분되지 않는 무늬에 몸을 숨겨버렸으므로 놀이터에선 미련한 새끼들이 남의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울고 있는 울음이 다만 애처로웠고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이 망종을, 한 번쯤 범하였을 이 생각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지 망설이다 코함(ko-ham)이 날짜 변경선 근처를 서성일때까지 입을 맞추었다 섞이지 않는 우리는 그저 몸을 조금 움직였거나 혹은 아름답게 흔들렸다 서로의 몸을 바꾸어도 꿈은 뒤섞일 것 같지 않았다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28p
얼띤感想文
나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잠재적 능력 아니라 실질적인 힘, 늘 변화하는 물질 속에서 조금도 변형이 어려운 이 굳은 손모가지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쪽과 저쪽의 구분에서 이곳은 도무지 꿈만 쓰려 있으므로 닿지 않는 나뭇잎에 무언의 기도만 던질 뿐이다 그래도 창 너머 비치는 햇살이 어렴풋한 무늬, 그 한 가닥을 그릴 수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 하나로 창살만 어루만지는 나날, 이쪽은 코함이라 해도 되겠다 깨어나야 한다 아직도 폐색 전선에는 한랭전선만이 머물러 있다는 사실, 까마득히 어제를 잊은 그림자만 서성이는 놀이터에서 역전 주먹패에 눌려 그만 지갑을 던지고만 사실, 호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하나씩 꺼내주셨던 어머니의 손과 목이 울컥거리다가 그만 뱉어버린 일에 정말이지 철없던 아이처럼 몸을 숨긴 채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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