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임승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스웨터
=임승유
어디 다른 곳에서 각자 살아가다가 무슨 일이 있어 모이게 된 이런 날에는 서로 얼굴도 보고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말을 건네게도 되잖아요, 셋이 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둘 다 스웨터를 입었네요
한 사람이 둘에게서 빠져나가듯 말했습니다. 그런가요. 스웨터 입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스웨터 입은 둘이 되어갔지요. 스웨터 말고 다른 이야기도 오고갔을 테지만
어느 날에는
길에서 만나게도 됩니다. 정류장까지 스웨터 입었던 둘이 되어 걷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겠지요
문학동네시인선 218 임승유 시집 생명력 전개 094p
얼띤感想文
스웨터 하면 털실로 두툼하게 짠 외투입니다. 시에서는 매끄럽지 못한다거나 원관념을 숨기고 어떤 가식적인 행위 아니면 마음을 덮은 어떤 어둠 같은 것을 상징합니다. 그 반대가 시라고 생각하면 털 뭉치처럼 깔끄럽기만 하겠습니다. 시 1연에 시인께서 서술한 얘기처럼 마치 다른 곳에 각자 살다가 방금 만남을 이룬 거처럼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재미가 있어 시를 자꾸 들여다보는 거 같아요. 스웨터 둘, 내 마음도 모르고 내 마음을 읽고 있는 여기 지면에도 모르는 셈, 그러면서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너나 나나 스웨터를 입은 건 마찬가지 그러니까 아직 시 인식 전입니다. 한 사람이 둘에게서 빠져나가듯 말했습니다. 여기 빠져나간 한 사람이 진정한 혼인 셈이죠. 무섭습니다. 이런 거 보면, 마치 어떤 종교적이지도 않으면서 어떤 신적인 계시 같은 거 간혹 느낍니다. 글을 읽을 때면요. 그 후 어느 날 길에서 만났다는 건 서로를 알아봤다는 얘기, 드디어 동화가 된 겁니다. 그러면 스웨터는 검정을 상징했다고 해도 괜찮겠습니다. 결말이 참 재밌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있겠지요,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많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영영 어둠으로 지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까 가정입니다. 시의 문맥은 틀리지 않은 셈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