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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 / 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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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8회 작성일 17-03-0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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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 / 류인서




    어제의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다 오늘의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다
    다중국적자처럼 우리는
    달아나도 좋겠지 역주기로 오는 계절과
    사수처럼 매달린 제3의 창문에게서
    얼굴을 공유하는 화장술에게서

    출구를 감추는 불빛들,
    나는 무릎에서 흘러내린
    기다림의 문턱 값을 밟고 서있다
    바람이 열어 보이는 틈바구니에서
    마른 유칼리 나뭇잎의 고독한 살 냄새가 난다
 
    동쪽에서 꺾은 가지를 서쪽 창에서 피울 수 있을까
    화분을 안은 여자의 아이가 손 안경을 만들어 다른 곳을 볼 때
    그림자들이 살아났다
    밀도가 다른 두 공기 덩이가 길 가운데서 만난다 전선이 통과한다
    우리의 몸에 시간이라는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을 것이다



鵲巢感想文
    가끔 詩를 읽을 때 벽처럼 서 있을 때 간혹 있다. 이는 그대가 지나 간 자리와 내가 머문 자리에 대한 신호대기 상황이다. 빨간불에서 파란불이 뜰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이 불빛은 시적 교감이라는 전류가 얼마만큼 흐르느냐에 따라 불이 켜질 수 있으며 또 영영 켜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호대기를 여러 번 대하며 즐기는 詩 동호인이 많다면 詩 쓰는 詩人은 보람은 클 것이다.
    이 詩는 총 3연이다. 시 1연은 시적 교감을 위한 신호대기상황을 묘사한다. 일종의 언어 도치법으로 시적 효력을 발휘한 문장이다. 우리는 다중국적자처럼 어제의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다 오늘의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다. 다중국적자는 어떤 특정한 국가를 지정한 것도 아니어서 이방인의 혼란상까지 제기한다. 이미 詩의 나라에 들어와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詩 2연은 시적 교감의 전초전이다. 詩는 출구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詩人은 이를 인식한다. 불빛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무릎에서 흘러내린 기다림의 문턱 값을 밟고 서 있다. 이 문턱 값을 얼마나 지급하였는지 모를 일이나 시인의 내공마다 그 값은 다를 수 있겠다. 詩 한 수에 대한 기회비용이 클수록 시간의 벽은 높다. 어제 벽에 등을 붙인 자도 있을 것이며 10분 전에 등을 뗀 자도 있기 때문이다. 
    詩 3연은 완벽한 詩 인식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무지개를 띄운다. 동쪽에서 꺾은 가지는 詩의 세계며 서쪽 창은 현실을 묘사한다. 화분을 안은 여자의 아이가 손 안경을 만들어 다른 곳을 볼 때 그림자들이 살아났다. 화분은 詩集을 제유하며 여자의 아이가 손 안경을 만들어 다른 곳을 본다는 것은 詩 문장을 제유한 시구다. 그림자는 시 인식의 실체다. 밀도가 다른 두 공기 덩이가 길 가운데서 만난다. 전선이 통과한다. 번개처럼 시를 인식했다는 말이다.

    詩를 읽을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시인의 문장에서 보듯이 ‘나는 무릎에서 흘러내린 기다림의 문턱 값을 밟고 서 있다’고 했다. 이 기다림도 너무 오래가면 기회비용이 크겠지만, 평소에 독서를 자주 하신다면 시를 보는 안목은 넓어 재미가 톡톡할 것이다.
    물론 詩는 비유다. 여기서 시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이상일 수 있으며 내가 쫓는 목표일 수도 있다. 그 목표는 어떤 수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다. 분명 내가 쫓는 이상은 내가 얼마나 그 이상에 다다랐는지 확인하며 무작정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시는 시인이 하얀 멍석을 깔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하듯 공 들여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교감의 장은 서로 다른 밀도가 한 덩이 되어 가는 과정이므로 이러한 융합의 장을 이루면 새로운 세계에 발 디딜 기회는 분명 싹 트겠다. 더 나가,
    시를 짓는 것도 좋지만, 시를 읽으므로 생활에 얽히고설킨 일들을 풀어나가 보자.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보면 일은 또 순탄하게 갈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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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류인서 경북 영천 출생 2001년 계간 <시와 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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