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빌리러 온 사람 =김이듬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을 빌리러 온 사람 =김이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회 작성일 24-06-08 18:43

본문

불을 빌리러 온 사람

=김이듬

 

 

    그는 가족과 연락이 끊겼지만 관계 단절을 증명 못해 기초 수급 혜택도 못 받는다

 

    그는 반지하 단칸방에 산다

    그는 옥탑 단칸방에 산다

    그는 절벽에 서식한다

 

    그는 밥 대신 술과 약을 먹는다

    절망이 주식이다

 

    그는 일용직 노동자다

    그는 작가다

 

    지저분한 밤의 골목 끝이었다 수거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피해 가는 구석이었다 그는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 세상이 무섭다고 했다 그의 조난신호를 나는 분진처럼 털어냈다 오래전이었다 이후에 그를 볼 수 없었다 토막난 소문들이 흩어졌다 단박에 내가 그를 판단한 잘못은 마음의 층리로 가파르다 시간이 실어가지 않는다

 

 

   얼띤感想文

    불은 한 모금의 희망 같은 것이겠다. ‘번쩍거릴 때 순간 오는 현실의 탈피 같은 것이겠다. 현실의 탈피는 곧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없다면 가족이든 기초생활 수급이든 반지하든 옥탑이든 하물며 절벽에라도 괜찮다. 절망의 극치에서 오는 한 줄기 섬광 같은 희망, 그 불을 댕기고 싶다.

    그렇다면 희망은 무엇일까? 그 희망은 어떻게 오는 것인가? 단절된 가족이 아니라 기초 수급자가 아니라 따뜻한 가족의 손길에 연금의 혜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누나가 아니라 나, 똑바로 눈을 뜨고 바라보는 현실이겠다. 단박에 내가 그를 판단한 잘못은 마음의 층리로 가파르다. 하나의 예시다. 시간은 벌써 시속 50이 넘었고 도로는 더욱 거칠다.

    시속 80과 함께 한 오늘, 차 안에서는 보릿고개가 나오고 흥이 아니었던 시절을 상기하며 흥으로 닿는 지금 짐작할 수 없는 숲의 하루가 밤의 골목으로 내몰린 것만 같다. 분진처럼 다가오는 조난신호에 문어처럼 내 감각을 깎을 뿐이다.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025p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2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7-03
42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7-03
42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7-02
42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7-02
42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7-02
420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7-02
42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7-02
42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7-01
42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7-01
42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06-30
42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6-30
42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6-30
42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6-30
42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6-29
41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 06-29
41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6-29
41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06-28
41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6-28
41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 06-28
41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6-27
41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6-25
41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06-23
41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6-23
41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6-23
41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6-23
41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1 06-23
418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6-20
41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0 06-16
41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6-16
41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0 06-15
418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1 06-14
418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7 2 06-13
418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6-12
41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06-11
41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6-10
41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 0 06-09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0 06-08
417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6-08
417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6-07
417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6-06
41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6-06
41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6-06
41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6-06
41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6-03
41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1 06-02
41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2 06-01
416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 05-30
41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1 05-28
416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2 05-23
416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 05-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