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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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서효인
안방에서 곡소리가 들리면 외할버지 생각이 났다 그날 엄마 곡소리를 들었으므로 엄마는 귀신을 만난 것처럼 운다 부적을 만들어볼까 부적에 그림을 그리는데 엄마가 누구와 전화를 한다 엄마는 간병인 일을 하고 엄마는 오늘 오후 도둑으로 몰렸다 엄마에게 병실의 귀중품을 내놓으라 한다 엄마는 간병인 일을 하고 엄마는 누구와 전화를 한다 나는 부적을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좋았겠다 그럼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몰랐을 것인데 부적에 그리면서 엄마 고향집 담벼락 무늬를 세세히 그리면서 귀에 이어폰을 넣는다 나는
얼띤感想文
시는 초고령화 사회를 대변한다. 외할버지는 어머니의 친정아버지다. 어머니가 나를 깨운 존재라면 외조부는 어머니를 낳았으므로 시의 근원처럼 계보도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치매처럼 글을 쓰고 늘 갈아입어야 하는 기저귀처럼 무언가 그리는 일, 그것은 시적 활동처럼 초고령사회에 대한 삶의 전투나 마찬가지겠다. 사실, 늙어도 젊을 때 그리 꿈처럼 좇던 돈과 명예처럼(시인은 이를 귀중품이라 하고) 늘 따라붙는 쓰임의 명분이라서 우리는 그 악착을 잘 버리지 못함으로 세상은 마치 도둑처럼 보이고 그 환상에 상대를 욕하고 비난하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다. 이는 요양원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겠다. 가만히 생각하면, 내 기저귀를 갈아입히고 똥 묻은 엉덩이를 닦아 주는 이 그것은 요양보호사인 것도 잠시 잊은 듯 아직도 젊다는 뭐 그런 알량한 자존심 같은 건 아닐까! 생각해보라! 계보와 고향 집과 담벼락 같은 것, 아버지가 처발랐던 돌새 진흙 황토가 이 장마에 줄줄 흐르는 그 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부적처럼 사는 이 사회에서 부뚜막처럼 버팀이 되는 시, 그것은 나만의 주체 옹립이며 그것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귀를 열어놓는 세계와의 접촉에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도둑처럼 발을 저리며 한쪽 귀는 여전히 꾹 닫은 채 귀지만 닦아본다.
PIN 041 거리에는 없다 서효인 시집 62-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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