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정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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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정영효
조금 더 먼 곳에서 우리는 모이고 있었다 악담을 버티기 위해 눈과 얼음을 찾으며 뜨거운 계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준비도 실수도 없이 우리를 겨누던 총구를 피해 두려움을 버리고 회색을 상상하며 우리는 조금 더 먼 곳에서 모이고 있었다 냉소가 모자라는 일은 슬픔에 가깝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게 가장 평화로운 광경, 아무런 답이 없는 게 가장 복잡한 문제인 것처럼 다시 쫓아올 기대 때문에 돌아오는 결말을 누르며 우리는 함께 모여 앞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침착에 대해 확실한 이탈에 대해 말하지 않고, 반복되는 예상을 버티면서 우리가 찾는 곳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결국 조금 더 가까워지는 사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먼 곳에 도착하고 있었다
얼띤感想文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다만 그것이 찰나였다면 찰나였고 긴 시간이었다면 또 긴 시간이었다는 것을 끝에 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한 삶이 공허였던 충만이었던 종국終局은 우리가 모르는 곳 그곳은 이곳보다는 아주 먼 곳이란 것은 확실하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와 같은 어떤 전술적 얘기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곳은 어떤 곳이라는 정의 같은 것은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는다. 총구처럼 악담처럼 아니면 슬픔에 배였던 냉소가 모자라는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와도 같은 빨대, 평화로운 광경인 거 같아도 오래 버틸 수 없는 어떤 단지나 복잡한 문제인 거 같아도 다시 또 되돌아보게 하는 명아주 아니 어떤 카본처럼 잊을 수 없다던 그 이탈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좀 더 가까이 그러나 좀 더 먼 곳에 우리는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잊히지 않는 해안선 따라 흐뭇한 은유의 꽃방울을 달며 조금 더 먼 곳에서 우리는 중심을 잃어본다. 안개 같은 곧 도착할 거라는 어떤 약속이 아닌 어떤 기대 같은 것도 없이 엽전처럼 푹푹 녹을 슬면서 말이다.
문학동네시인선 196 정영효 시집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0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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