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당신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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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당신
=천서봉
저녁이 어두워서 분홍과 연두를 착오하고
외롭다는 걸 괴롭다고 잘못 적었습니다 그깟
시 몇 편 읽느라 약이 는다고 고백 뒤에도
여전히 알알의 고백이 남는다고 어두워서 당신은
스위치를 더듬듯 다시 아픈 위를 쓰다듬고,
당신을 가졌다고도 잃었다고도 말 못하겠는 건
지는 꽃들의 미필이라고 색색의 어지럼들이
저녁 속으로 문병 다녀갑니다 한발 다가서면
또 한발 도망간다던 당신 걱정처럼 참 새카맣게
저녁은 어두워지고 뒤를 따라 어두워진 우리가
나와 당신을 조금씩 착오할 때 세상에는
바꾸고 싶지 않은 슬픔도 있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얼띤感想文
오늘 주어진 나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길 원하는가? 명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매트릭스처럼 빨간 약과 파란 약을 펼쳐놓은 모피어스, 레오의 선택은 총알보다 더 빠른 사나이가 되었다. 가상의 공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면 비처럼 내리는 저 수많은 종목군 중 선택과 집중 그리고 번개처럼 헤쳐나갈 수 있는 스피드 그 후, 든든한 가방 아니 플라스틱 카드 한 장 그것도 필요가 없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플라시보는 ‘기쁨을 주다’라는 라틴어다. 우리가 실지 약을 먹고 몸이 치유되었다는 설, 그 약이 몸에 맞는 약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기대효과처럼 나타난 반응 같은 것이다. 가르시아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어떤 음식이 구토와 매스꺼움을 유발하는 효과를 말한다. 그 음식이 굳이 내 몸의 반응을 일으키는데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사실, 다른 이유로 구토나 매스꺼움을 일으켰지만, 시간적 오류로 인한 내 몸의 반응 같은 것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 인류가 여태껏 생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본다.
플라시보 효과, 가르시아 효과 이 모두 어쩌면 착각이다. 오늘 하루 살아가는데 내 뇌에 어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 저 비처럼 쏟아지는 매트릭스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는 일단 고민해 본다.
시인께서 쓰신 시어에 곰곰 생각을 가져본다. 분홍과 연두 역시 분홍이 마음을 상징했다면 연두는 어느 쪽 부위일지는 모르겠지만 뇌에 어느 한쪽의 반응이겠다. 스위치, on-off의 기능으로 순간 빛이었다가 사라지는 어둠을 가름한다. 탁 스치는 어떤 기억에서 순간 그것을 잡을 수 있을까? 방금 분명히 본 거 같은데 사라지고 없는 세계 그걸 잡을 수 있다면 이미 난 전문가이겠다. 물론 매트릭스 세계에서 말이다. 위는 아래와 대조적이다. 미필 문병 그리고 저녁 다시 또 찾아오는 슬픔과 일기 우리의 일상이다. 일기처럼 적어나가는 이 반성문처럼 왜?
나는 아직도 살아야 하니까? 이 혼미한 매트릭스가 존재하는 한,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0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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