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우정 /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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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회 작성일 22-07-08 16:21본문
텅 빈 우정 / 심보선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손으로 쓰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손이 무한정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나는 주사위를 던지듯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우연에 대하여 먼 훗날 더 먼 훗날을 문득 떠올리게 될 것처럼 나는 대체로 무관심하답니다. 당신이 텅 빈 공기와 다름없다는 사실, 나는 고백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입으로 말하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투명한 입술이 하염없이 떨리는 것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신비로운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 날, 내일은 진동과 집중이 한꺼번에 멈추는 날, 그다음 날은 침묵이 마침내 신이 되는 날, 당신과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동시에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당신과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동시에 끝날 것입니다.
얼띤感想文
태양은 늘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며 우리가 읽어야 할 우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손을 잡고 아래로 아래로 관심을 기울이다가 그 얇은 죽음은 왼쪽에 묻는 것으로 우정은 다한다. 그 많은 것들 중에 하필, 당신을 만난 건 필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땀 뻘뻘 흐르는 더위를 식히며 한 줄 흐름을 느끼는 건 투명해서 투명하니까 소름 돋는 아버지의 메모 같은, 어느새 노인이 돼 있었고 두개골 안쪽 하얀 동전 같은 우주선을 보았을 때 먹먹한 어둠은 얼마나 많은 공포와 두려움을 안겼을까 별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부르며 또 얼마나 많은 고독을 지웠을까 그리고 가벼움, 하늘 문은 좁다는 걸 미리 아셨던 것이다. 피골이 상접한 시간 속에서 그간의 시간을 말렸던 것이다. 더는 달이 커지 않는 날에 달 같은 우주선을 끄집어내어 놓고 환한 웃음을 내보였다. 얇은 죽음을 고이 떨치며 별 곳곳 숨은 저 틈새를 끝끝내 오르신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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