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血書 /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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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5회 작성일 17-02-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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血書 / 채상우




    가지 않았다 묵호에 가지 않았다 주문진에 가지 않았다 모슬포에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햇빛 그러나 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 쿠바에 유고슬라비아에 가지 않았다 내 의지는 확고하다 창문을 휙 긋고 떨어지는 새처럼 무진은 남한에도 있고 북한에도 있지만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지 않았다 약현성당에 가지 않았다 개심사에 가지 않았다 길안에 가지 않았다 길안은 내 고향에서 삼십 리 떨어진 동네 평생 가지 않았다 담배를 사러 가지도 않았고 술을 사러 가지도 않았다 아직은 그리하여 가지 않았다 파리에선 여전히 혁명 중인가 광주에선 몇 구의 시체들이 또 버려지고 있는가 게르니카는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꽃잎이 피고 또 질 때면 그날이 또 다시 그러나 가지 않았다 애인은 지금 열심히 애무 중일 테지만 가지 않았다 앵초나무에 꽃이 피려 한다 이제 최선이 되려 한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레바논에 사이공에 판지셰르 계곡에 가지 않았다 가지 않았다 못 견디겠네 그러나 가지 않았다 그날 그때 명동에 신촌에 종각에 미도파백화점 앞에 꽃잎 꽃잎들 가지 않았다 그날 오전 열 시 민자당사에 구치소에 그날 새벽 미문화원 앞에, 가지, 았았.......다...그날 아침 그날 저녁 그날 밤 그곳에......꽃잎, 꽃잎, 꽃잎들 아직 있다 거기에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가지 않았다 오로지 가지 않았다 가지 않고 있다 가지 않는다 한 평생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는 잭카스 펭귄은 펭귄인가 아닌가

    끝끝내



鵲巢感想文
    필사 / 鵲巢

    너무 웃었다 자리에 앉아 웃었다 까만 털보며 웃었다 부대끼는 하얀 털에 그만 웃었다 타이핑 치면서도 웃었다 하루 종일 그냥 웃었다 바깥엔 딸기 사라며 외치는데 나는 웃었다 그러나 나는 웃었다 내 옆에 앉은 하얀 수고양이가 까만 암고양이 등허리를 핥는데 그만 웃었다 핥고 핥아 또 핥는데 그만 웃었다 이제는 까만 암고양이가 하얀 수고양이 목덜미 잡고 비틀며 핥기 시작하는데 또 그만 웃었다 그러니까 웃었다 창밖엔 푸른 하늘인데 그만 웃었다 구름 하나 둥실 떠가며 웃었다 바람이 불고 바람은 차지 않고 바람은 손가락 끝에서 부는 데 나는 웃었다 밥 먹으라고 전화가 오고 웃었다 나는 됐다고 그만 웃었다 나의 고양이는 사열하고 있다고 아니 사열하며 나아가는 행진에 웃었다 껌뻑거리다가 또 껌뻑거리는 모니터 총탄에 웃었다 그 총탄을 얼른 지우며 달려가는 까만 암고양이 꼬리에 웃었다 그 꼬리 놓치지 않으려고 하얀 수고양이 달리는데 웃었다 타타타탁 탁탁 넘어졌다 웃었다 큰 얼룩말 같은 꼬리보고 웃었다 움푹 팬 말발굽에 영양 결핍 같은 시각에 그만 웃었다 앉았다가 마냥 앉았다가 줄무늬 총총 띄우는 그 까만 꼬리에 웃었다 코 커으엉컹 커으엉컹 짖으며 물 풍선 하늘 그릴 때 웃었다 움푹한 그림자 같은 구름은 하늘 떠 있었지만 웃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웃었다 백화점은 가지 말자고 웃었다 그냥 웃.....었....다 날카로운 고양이 이빨에 하품에 내뿜는 구린내에 그만 웃었다 이빨, 이빨, 이빨들 아직도 옆에서 우는 까만 암고양이 덩달아 함께 우는 하얀 수고양이 눈 동그랗게 떠 우는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절대 울지 않았다 절대, 자리보전하며 절대 어디 가지 않는 절대 가지 않는 더부살이 하는 이 까만 암고양이는 진짜 고양이인가 아닌가

    마침내


    시인 채상우 선생만의 글 특색이다. 어떤 시를 읽어도 이건 시인만이 갖는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시 血書를 읽다가 거저 나름대로 필사해보았다.
    시인은 묵호에도 주문진에도 모슬포에도 가지 않았다. 오로지 집에만 있었다. 물론 몸만 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르펜티나와 쿠바, 유고슬라비아에도 가지 않았다. 사상의 변화도 일으키지 않고 오로지 글에 매진하는 시인을 우리는 보았다. 그것뿐인가! 길안에 담배나 술도 사지 않고 바깥은 어떤 혁명을 일으켜도 내 안의 심적 변화는 절대 동요 같은 것은 일으키지 않으며 애인 같은 글만 파고들었다. 오로지 하얀 꽃잎 같은 백지에 자리보전하며 시 쓰는 시인, 절대 가지 않겠다고 앉은
    시인은 말한다.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는 잭카스 펭귄은 펭귄인가 아닌가?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 문단이나 문의 세계를 그리는 제유다. 젝카스 펭귄은 아프리카 적도에서만 산다고 읽었다. 사실 이 펭귄에 대한 정보가 없어 대충 검색하며 읽었다. 그러니까 시적 제유로 시인만의 특색을 빌려 쓴 문장이겠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근묵자흑近墨者黑과 뜻은 유사하나 마중지붕은 긍정적인 뜻이 담겼다. 글을 가까이하면 글을 좋아하게 되고 글을 좋아하면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게 되면 자세 또한 바르게 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도 글을 쓴다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이라 했다. 하루 어떤 놀이도 이 글 쓰는 것만큼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되겠다. 필자가 쓴 필사는 시인 채상우 선생의 시 ‘血書’를 더 재밌게 읽으려고 쓴 것이다. 시인의 시 ‘血書’는 2012년 올해의 좋은 시에 선정과 작품상 받은 작품이다. 지면이나마 축하의 말씀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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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채상우 경북 영주 추생 2003년 계간 <시작>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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