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게 별자리 / 김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도둑게 별자리 / 김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0회 작성일 17-02-07 00:02

본문

도둑게 별자리 / 김춘




    1
    도둑게였지 집게다리 들고 그늘 진 뒤꼍을 드나들던, 두 개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항아리들 구석구석 쥐똥의 이정표 봄에 청상이 된, 두견주를 빚는 젊은 저 어머니 나는 두견주를 훔쳐 먹으며 치마가 짧아져 갔고 꽃은 항아리 속에서 제 빛을 잃어갔지 저 어머니 뜨거운 체액으로 잘 익히던 알콤한, 순식간에 달아오르던,

    2
    내 애인은 북서풍을 사랑해 상처를 나에게 건네준 걸 감추려고 주머니를 자꾸 뒤적이지 가방에 들어있나 그게, 서툰 인사법은 언제 익혔나 자꾸 숙어지고 내 입에선 으깨진 꽃잎, 붉은, 나는 처음부터 되새김질하는, 긴 혀를 가진 사람 입속에 접혀있던 혀가 주책없이 퍼지면서 끌고 나온 것들, 문밖에는 밤이 와서 서걱거리네 작은 주먹들이 창문을 두드리고 빨리 이 계절이 옆으로라도 지나갔으면 좋겠어 나는 중얼거리며 혀를 접어 넣다가 목구멍에 꽂힌 별 하나를 건드렸네



鵲巢感想文
    이 시는 총 두 단락으로 나뉜다. 첫 번째 단락은 시 접근이며 두 번째 단락은 시 생산을 묘사한다.
    문맹은 시를 알지 못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도둑게처럼 드나들며 보는 詩集, 그늘진 뒤꼍 같은 까만 글, 두 개의 문 같은 표지를 열면 항목마다 구석구석 쥐똥 같은 깨알로 쓴 글씨 마치 방향이라도 알려주는 듯, 봄 같이 대청마루에 오른 듯, 두견주 빚는 젊은 모태 같은 시, 여기서 두견주라는 시어도 참 재밌다. 두견주頭見主라 합성해 본다. 나는 몰래 시를 읽으며 나의 숨은 얘기가 점차 쉬워졌다. 꽃은 모태 같은 글로써 제 빛을 잃어갔지, 저 모태의 글은 뜨거운 체액처럼 알콤한, ‘알콤한’이라는 시어는 시인의 조어로 보인다. 달콤하다는 표현의 강조다. 순식간에 달아오르면
    내 애인은 북서풍을 사랑해 하며 진술한 것 같지만, 묘사다. 북서풍이라고 하지만 역시나 바람이며 바람은 불었다.
    상처를 나에게 건네준 걸 감추려고 주머니를 자꾸 뒤적이지 가방에 들어있나 그게, 서툰 인사법은 언제 익혔나 자꾸 숙어지고 내 입에선 으깨진 꽃잎, 붉은, 이는 시 생산의 전초전이다.
    공부는 무딘 칼로 단단한 바위에 암각화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일종의 상처다. 하지만, 무언의 상처가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그 뿌리를 찾는 것은 시인의 행위다. 가방을 들여다보듯 혹여나 주머니에 있을 듯, 하지만 찾기는 어렵고 대면에 한술 뜨는 바람은 으깨진 꽃잎이나 다름없다. 오로지 마음만 붉다.
    나는 처음부터 되새김질하는, 긴 혀를 가진 사람 입속에 접혀있던 혀가 주책없이 퍼지면서 끌고 나온 것들, 문밖에는 밤이 와서 서걱거리네 작은 주먹들이 창문을 두드리고 빨리 이 계절이 옆으로라도 지나갔으면 좋겠어 나는 중얼거리며 혀를 접어 넣다가 목구멍에 꽂힌 별 하나를 건드렸네 이는 시에 대한 매료와 접촉, 그리고 생산을 의미하는 문장이다.
    시 쓰는 행위는 어떤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예전, 공자가 살았던 시대와는 조금 다른 것도 있어 여기서 공자의 말씀을 사족으로 달아본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시를 많이 읽으라고 권장하였다. 시는 인간미 있는 성품을 기르는데, 아주 좋다고 했다. 자기 아들에게도 시 공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담벼락을 맞대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다음은 공자의 말씀이다.
    “여러분, 왜 시를 배우지 않나요? 시는 흥이 나게 할 수 있고可以興,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可以觀, 어울릴 수 있고可以群,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고可以怨, 가깝게는 부모를 모시고 멀게는 임금을 섬기며, 새나 짐승, 나무와 풀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시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요즘 현대문학은 공부와 취미로 일종의 글쓰기로 변천한 것도 실은 있다. 그러니까 시인이 본 사건과 어떤 진실을 담아내는 것도 있겠지만, 글의 극성을 살펴 문장의 놀이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는 시를 읽는 독자에게 머릿속 상상의 자리를 펼치며 박하 향 같은 매료에 선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위 시인의 글을 잠시 보자. 문밖에는 밤이 와서 서걱거리고 작은 주먹들이 창문을 두드린다는 표현 말이다. 문과 창문은 자아를 뜻하는 제유다. 밤은 밤 같은 어두운 사색이나 문장 아직도 오지 않는 표현력을 묘사한다. 어떤 시인은 가구架構라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단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삼차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각주]
    김춘 충남 안면도 출생 2010년 <리토피아> 등단
    도둑게
    동해 북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 해역에 분포하며, 해안에 가까운 습지, 방축 돌 밑 또는 논밭에 구멍을 파고 산다. 갑각의 앞부분은 붉은색 또는 옅은 갈색이고 집게다리는 선홍색이며 손가락은 황색 또는 흰색이다. 주 포란기는 7~8월이며, 8~9월 상순의 만월이나 신월 때 포란 암컷이 집단으로 해안으로 내려와 부화하는 유생들을 바닷물에 털어 넣는다. 유생은 5기의 조에아단계를 거치며, 최대 갑각나비는 40mm 정도이다. (네이버 지식참조)
    두견주 진달래꽃을 넣어 빚은 술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3건 1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3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9 0 06-04
33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8 0 12-22
33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0 10-23
33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0 09-28
33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5 0 06-07
33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5 0 01-03
33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4 0 07-22
33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1-30
33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5-09
33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5-15
33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5-24
33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2 0 04-30
33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1 0 01-08
33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1 0 12-28
3359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1 0 05-07
33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1 0 05-17
335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 08-06
33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 01-11
33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 12-12
335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 03-28
33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9 0 04-18
33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9 0 06-25
33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8 0 01-13
3350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8 0 05-01
33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6 0 11-15
33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5 0 05-29
33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4 0 01-19
3346 Su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07-01
334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11-05
33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05-20
33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3 0 11-30
3342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2 0 05-19
334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1 0 05-22
33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1 0 06-08
333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9 0 03-20
33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9 0 07-07
33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9 0 10-03
33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0 06-10
333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0 03-15
33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0 06-10
33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0 06-14
33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01-05
33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02-13
3330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05-14
33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12-25
33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01-21
3327 김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4 0 05-21
332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4 0 07-02
33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4 0 04-26
3324 8579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3 0 07-3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