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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무덤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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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3회 작성일 23-06-26 21:08

본문

조개 무덤

=허 연

 

 

    여자애는 솔새만큼이나 작았지만 바다만큼 눈물을 가지고 있었다. 바다를 처음 봤던 날 방파제 보안 등 아래서 우리는 솜털을 어루만지며 울었다

    그날 여자애의 동공 속에서 두려운 세월을 보았고, 얼마 안 가 그 세월이 파도에 쓸려가는 걸 봤다

    살고 싶을 때 바다에 갔고, 죽고 싶을 때도 바다에 갔다. 사라질세라 바다를 가방에 담아 왔지만 돌아와 가방을 열면 언제나 바다는 없었다

    상처를 훑고 간 짠 바닷물이 절벽에 밀회를 그려 넣었고 몇 해가 흘렀다. 그 옆엔 은밀한 새들이 둥지를 틀었고

    파도는 뼛속에도 결을 남겼다. 잊어버릴 재주는 없었다. 바다는 우리들의 패총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밀회를 바닷가 무덤에 두고 왔다. 뿌연 등대가 우리를 도왔고

 

   얼띤感想文

    살고 싶을 때 바다에 갔고, 죽고 싶을 때도 바다에 갔다는 표현, 참 마음에 와닿는다. 엄마와 같은 바다다. 엄마를 잃고 난 후부터는 바다를 갔어야 했다. 얼마 전에 죽은 그 기획사 대표 말이다. 간혹 바다에 가기도 했지만, 바닷가 거닐며 콧노래 부르던 모습도 선하지만, 절벽에 밀회처럼 되어 버렸다. 몇 해가 아닌 단 몇 주 흘렀지만, 아직도 파도처럼 동공에 어린다. 근 삼십여 년 알고 지냈던 분 그리 쉽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살아 있을 때 정녕 살고 싶을 때 바다에 가라! 저 너른 바다를 보면 마음이 확 트인다. 그대가 정말 죽고 싶을 때 있거든 그때도 바다에 가라! 바다와 같은 이 조개 무덤을 안고 그간 산 세월을 파도에 쓸려 보내는 것도 괜찮다. 바다는 우리의 고장이며 우리의 기원이자 근원이며 우리의 어원이기에 무엇을 캐든 캐내어 흘려보자.

    여기서 미당의 시, 시론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바닷속에서 전복따파는 제주해녀도

     제일좋은건 님오시는날 따다주려고

     물속바위에 붙은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전복도 제일좋은건 거기두어라

     다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이리요

     바다에두고 바다바래여 시인 것을.....”

    한때 처세에 휘둘렸던 시인이지만, 그래도 시의 하나의 맥을 이루었던 미당이다. 당장 죽기보다는 한번 주어진 삶, 회한이 있거들랑 바다를 보고 바다에 풀어보자. 세상 우울한 것이 어디 한두 일일까만, 시의 전복도 아니며 시의 조개도 아닌 우리의 삶의 이야기, 방파제 보안 등 같은 이곳에다가 솜털 어루만지듯 가슴을 보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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