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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 =현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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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3-05-28 21:39

본문

토산

=현택훈

 


뱀을 섬기는 마을이 있었다

토산 여자가 시집갈 때는

항아리에 뱀을 담고 집을 떠났다

여드렛당에 가서 절하고

여자는 뱀을 아기처럼 품었다

 

시집가는 토산 여자 항아리 속에는

여드레할망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뒤로 힘센 사람들이

토산 사람들에게

더는 뱀을 섬기지 말라고 했다

가세오름에 오른 뱀들이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 마을의 여자와 결혼하면

뱀이 여자의 치마 속에 들어가 따라온다고 했다

 

건물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바닷물이 모니터 화면에 넘실거릴 때

뱀이 스멀스멀 나타난다

여드레할망이 잊지 않고

뱀을 풀어 놓기에

 

    *문장웹진- 201812월호

 

    현택훈 / 1974년 제주 출생. 2007년 계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崇烏感想文

    제주도의 토속신앙을 시에 붙였다. 토산리 뱀신을 섬기는 여자와 결혼하면 뱀을 신으로 모셔야 하는 종교적 의식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집 안에 누가 죽어 나간다. 이 신은 모계계승母系繼承이라는 뚜렷한 특징을 갖는다. 그러므로 시에서도 여드레할망이라는 말이 나오나 보다. 굳이 제주의 토속신앙을 근간으로 해서 읽지 않아도 시는 비유이니까 상징적 의미만 담아서 본다.

    뱀은 신적이며 스멀스멀 살아 움직이는 시 주체다. 여자는 뱀이 낳은 분신으로 본다면 토산은 그야말로 본 고장이겠다. 여드레할망에서 시의 유전적 의미를 찾는다면 바닷물은 언어의 고장으로 언뜻 사악한 마음이 한 줄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

    토산은 지역명이지만, 굳이 토산이라는 말에서 돌이나 바위가 없는 순수 흙으로만 이룬 토산土山, 흙에서 비롯한 산물인 혹은 그 지방의 산물 토산土産 전체적인 의미를 담는 집을 상징한다. 항아리에서 항은 질그릇이다. 장군 부와 장인 공이 합쳐진 글자다. 장군 부는 낮 오와 입 벌릴 감혹은 위 터진 그릇을 의미한다. 낮 오를 굳이 사람 인과 열 십에서 완전한 온전한 것을 상징한다면 온전하게 담는 그릇이 항아리(). 여드레는 팔()로 여러 나뉘는 분산적인 의미가 내재한다. 실이 나뉘면 어지러우니 어지러울 분, 칼로 여덟 조각으로 나누는 것을 분, 곡식을 나누면 가루 분이다.

    뱀을 섬기는 마을이라 할 때 꼭 무슨 시마을처럼 느껴진다. 시집을 간다는 말에서 시집詩集이거나 항아리 하니까 똥장군이 언뜻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다. 나는 똥장군을 져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아버지는 때때로 똥장군을 졌다. 집은 그 똥장군이 하나 정도는 꼭 갖춘 시골이었다. 아버지는 손수 집을 지으셨는데 그 집을 다 짓고 변소도 지었다. 한 해에 한 번 치울 정도의 깊이를 팠다. 지게를 놓고 똥바가지로 퍼 담으셨던 아버지가 언뜻 떠오른다. 그때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으니까 나에게 져보라는 말은 없었지만, 만약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쯤이었다면 똥장군 져보고도 남을 일이다. 구린내 그득 담은 똥장군을 볼 때 근방에 얼씬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어디 외곽에 출장이라도 가면 농번기 똥-냄새나는 거리를 지날 때는 그리 나쁘지만 않은 것은 고향이 다름 아니겠다. 그득 담은 것이 아니라 그윽하다.

    시와는 다른 언어지만 치마馳馬는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을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치빙馳騁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지만,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다. 속도감이다. 지금은 자동차 시대니,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속도감을 즐길 수 있겠지만, 옛사람은 말이었다. 물론 속도감이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순탄한 과정이 그 속에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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