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이야기 =정끝별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두부 이야기 =정끝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2회 작성일 23-06-05 21:27

본문

두부 이야기

=정끝별

 

 

출생의 비밀처럼 자루 속 누런 콩들이 쏟아진다

이야기는 그렇게 실수처럼 시작된다

 

비 긋는 늦여름 저녁 식탁에 놓일 숟가락 개수를 결정해야 해, 그게 라스트신이거든

 

물먹다 나왔는데 또 물먹으며 으깨진다

시간의 맷돌은 돌아가고 똑딱똑딱 떨어져 고인

너의 나날은 푹푹 삶아져야 고소해지고

거품을 잘 거둬낼수록 순해진다

매 순간의 물과 불 앞에선 묵묵한 캐릭터가 필요해

 

오랜 짠물은 너의 단맛을 끌어올려 준다

몽글한 웅얼거림과 뜨거운 울먹임이 뒤섞여 엉겼다가

무명 보자기에 걸러지면서 단단해지는 이 플롯을

구원이라 할까 벌 아니면 꿈이라 할까

 

담담한 눈빛과 덤덤한 낯빛으로 맞이하는 밥상에서

만만찮은 희망으로 만만한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콩밭 매는 마음과 콩밭에 간 마음을 쓸어 담아

써 내려가야 갈 너의 한밤이 희고 깊다

 

밤새 이야기는 그렇게 쏟아지고 불려져

아침의 너는 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시집 모래는 뭐래2023. 5

    정끝별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88문학사상(), 1994동아일보신춘문예(평론)로 등단.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모래는 뭐래.

 

   鵲巢感想文

    두부는 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시어다. 두부가 생성되는 과정을 통해 시의 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적 묘사를 이룬다. 콩의 원산지는 만주와 한반도로 우리 고유의 음식 재료였다. 콩으로 만든 두부 또한 우리 선조들이 즐겨해 먹은 음식 중 하나다. 자루 속 누런 콩은 실수다. 실수는 실제 쓰이는 갖가지 소재로 보는 것도 괜찮다. 두부에 안치한 콩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한 두부를 생각한다면 한 개인을 생각한다면 물론 일정한 수지만 소재는 다양하다. 과거를 지나온 현시점 충격적인 일들과 지울 수 없는 일은 한 개인도 역사를 이룬다. 먹은 그 시점에 대한 사건, 기록이라면 두부는 콩이 아니라 걸러지고 단단한 플롯과 다름없다. 이것이 만인의 밥상처럼 설 수 있다면 시인으로서 명예도 갖겠다. 굳이 명예까지 얻지 않아도 쓰는 일은 두부의 순수를 더 지켜내는 일이라서 마음은 한결 가볍다. 콩밭 매는 마음과 콩밭에 간 마음을 생각하면 하루의 지심을 뽑고 거기서 나온 콩 서리에 논두렁을 지나 한밤 달빛 아래서 화톳불 피워놓고 구워 먹는 기분까지 든다. 입술 새카맣게 구슬리며 콩깍지 까던 시절이 있었다. 삶은 별 것 없다. 살아 있으면 콩은 뿌려지고 생산되며 거두는 일까지 즐거워한다면 그 삶은 참으로 복되다 하겠다. 무명 보자기에다가 콩 한 옴큼 쥐어짜며 그 콩물 마시는 일도 나쁘지는 않으니 그 한 잔에 내 마음마저 얹어 하루를 씻으니 만만한 서사가 또 어디 있을까! 참으로 한밤 희고 깊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18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1 06-22
40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0 06-20
40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06-20
40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 06-19
40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06-18
40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06-17
40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 06-17
40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06-16
40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6-16
40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 06-15
40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06-14
40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06-14
40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06-14
40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 06-13
40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 06-13
40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6-12
4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6-12
40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0 06-09
40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6-09
40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0 06-09
40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1 06-08
40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6-08
40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 06-07
40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6-06
40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 06-06
40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6-05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 06-05
4036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06-05
40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 06-04
40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06-03
40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 06-01
40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1 06-01
40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 05-31
40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05-31
40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 0 05-30
40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 05-30
40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 05-29
40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0 05-29
40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5-28
4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 05-28
40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 05-27
40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 05-27
40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 05-25
40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05-24
40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05-23
40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 05-23
4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5-22
40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05-21
40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05-21
40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5-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