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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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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몬드리안의 담요 =배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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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회 작성일 23-05-19 21:17

본문

몬드리안의 담요

=배세복

 

 

    성큼성큼 들어와 붉은 사각형을 담요에 던지며 그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빛이야 그때부터 그는 우리 집 벽에 살았다 어느 해 나는 내 서재를 한 번도 열어주지 않으면서 아내의 장롱 속에 들어간 적 있다 캄캄했다 오래전 걸어두었던 희망 같은 단어에 곰팡이가 슬기 시작했다 그날 그는 검푸른 색깔을 마구 칠했다 살짝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무렵 나는 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사한 색깔의 연속은 불안을 가져온다 마치 잘못 맞춰진 목욕탕 타일의 무늬처럼, 그리하여 바람 푸르던 날 우리는 감탄사들을 날려 보냈다 공중에서 흩어지는, 알고 보니 겨우 몇 개밖에 안 되던 노란 한숨 같은 것, 올해에는 어떤 색을 보여줄까 형형색색의 아주 큰 보석을 보여줄게! 그는 한 해에 하나씩 그린 아홉 개의 사각형에 테두리를 치고 있었다 집을 지은 후 귀퉁이를 여러 날 마름질하듯 천천히, 잠이 덜 깬 우리들을 격자무늬로 엮어주며 서서히 벽 속으로 사라졌다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시산맥, 2019)

 

   鵲巢感想文

    몬드리안의 담요는 하나의 이상향이다. 사각형이며 사각형 내 사각형이 모두 아홉인 담요 그것은 정을 이룬다. 은 우물이다. 예부터 우리의 선조는 하늘을 정이라 했다. 하늘의 우물, 박혁거세 탄생지가 나정蘿井이고 첨성대 상단부에는 우물 정자 모양의 천장돌이 놓였다. 이는 하늘과 연결되었다는 천손강림天孫降臨 사상을 밑바탕으로 한다. 이것처럼 하나의 샘인 역할, 우리의 하늘()은 또 온갖 사상의 숲에 놓인 혼돈의 세계 그것은 마치 잘 못 맞춰진 목욕탕 타일 무늬처럼 뒤틀려 있기라도 해서 정화가 필요하다. 사실, 몬드리안의 담요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하나씩 갖췄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갑작스러운 발언이다. 고개 올려 정면을 바라보면 격자와 같은 서재가 있고 등을 내보이며 꽂혀 있는 각 출판사의 명판 하나하나 이름을 곁들일 순 없으나 나의 저녁을 덮어 주는 담요가 저렇게 많이 있으니, 그야말로 형형색색이다. 다만, 벽에 갇혀 지내 노란 한숨 아닌 이 나정 같은 우물에 발 하나 깊게 담고 있으면 등목하는 것보다도 비처럼 샤워하는 것보다도 깨끗하고 맑다. 굴정취수掘井取水라는 말이 언뜻 떠오른다. 이 속에는 노력도 있고 의지도 있다. 마음의 우물은 파면 팔수록 새롭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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