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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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로
=이동욱
비가 오면 더 잘 보인다
사람들이 구청으로 밥 먹으러 간다
횡단보도는 왜 가로 방향일까
새 건물이 지어지고
공사가 한창인데
배수로는 항상 막힌다
그 안에 무언가 있다
항상 무언가 있다
난 내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비만 오면 하천에서 냄새가 난다
오수를 방류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그것은 그대로 있었겠지
빗물은 낮은 곳을 찾아간다
고이기 전에 또 흐른다
물이 흐른다
신호가 바뀌면 사람들이 지나간다
나는 내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문학동네시인선 227 이동욱 시집 우리의 파안 016-017p
얼띤 드립 한 잔
무엇을 담으려면 통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통 안에 무엇이든 채워져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비운다는 건 쉬울 것 같아도 참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입었던 옷들, 예전에 쌓은 일과 경험은 새로운 일에 적합하지가 않는데도 미련은 여전히 남는다. 다시 또 찾지 않을까!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나 이러한 것은 오수에 지나지 않는다. 버릴 것은 버리고 살자. 삶에 좀 더 충실히 할 것, 살아 있으매 만족하고 더 활동적인 사람이 될 것, 내 마음은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가 될 것, 그만큼 뚫린 마음이어야 한다. 신호에 잠시 머물 땐 있어도 언제나 귀향하듯 다시 돌아와 앉은 그대처럼, 돌아갈 곳 있고 돌아올 곳 있는 언제나 좋은 집 마음 깊숙한 산골에서 언제나 자연인으로 사는 일, 누가 보살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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