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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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이우성
얼굴을 지우는 게 좋다
얼띤感想文
시인의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에서 이중 가장 짧은 시를 선택했다. 그냥 펼치니까 여백이 많아 눈에 언뜻 띄는 것이다. 물론 시가 무작정 길다고 해서 다 좋은 시는 아니듯 그렇게 길게 끌고 가야만 하는 요즘 문학에서 그래도 무언가 얹어 가는 아니 떼는 딱지에서 피어오르는 피부의 새 삶을 그려보는 환희면 어떨까, 그냥 풍선에서 풍겨오는 내 얼굴을
그러면 그 얼굴은 누가 불었는가? 종일 어머니 방을 정리하고 걸레로 닦으며 축축 젖은 이불을 빨랫줄에 걸어야 했던 혹여 출출하실까 봐 밥을 지어 놓고 저녁에 드실 반찬을 우묵에 챙겨다 두는 그 과정의 시간이 지나고 한치 좁음이 없는 고속도로를 닦았던 풍선이 오른다.
풍선이란 누가 불어야 하는 시적 객체를 필요로 한다. 가만히 놓아두면 쭈글쭈글한 고무에 불과하다. 굳이 한자로 표기한다면 풍선風扇으로 표기하고 싶지만 풍선豊腺 풍성한 샘처럼 솟구치는 연기 같은 것 이상한 물질로 떡칠한 그 얼굴에서 하루를 지워 보는 것으로 말이다.
수간모옥數間茅屋이다. 시인의 귀중한 시에 석근관지釋根灌枝로 대하지는 않았을까, 옥수수 저리 번창하니 조이불강釣而不綱 면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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