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설탕 장미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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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설탕 장미
=정끝별
인생이 케이크라면 사랑은 이빨,
어쩌다 받아든 생일 케이크에 핀 꽃은?
이토록 불량스러워도 될까?
먹을 수는 없어, 그건 너무 달달한 일!
버릴 수도 없어, 그건 너무 섭섭한 일!
초록 초콜릿이 받쳐 든 플라스틱 희망 같은
여전히 살고 있는데 오래전 사라진 것이라고
이미 잃었는데 매일매일 잊히지 않는다고
이토록 지지 않아도 될까?
달다 못해 쓰디쓴 간곡한 과거처럼
수건 돌리듯 이 락앤락에서 저 락앤락으로
케이크는 사라지고 분홍 꽃만 남아서
*계간 《문학청춘》 2021년 겨울호
얼띤感想文
분홍雰虹,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자 분홍粉紅 사랑을 상징한다. 설탕雪糖,屑糖의 색상은 하얗고 가루 같은 분산된 마음을 상징한다. 장미薔薇,長眉를 생각하면 담이 생각나고 담장에 핀 꽃처럼 긴 눈썹을 떼어다 놓는 사랑의 변질 같은 것도 묻어 있다.
케이크는 빵의 일종이다. 가루의 성질을 저버릴 수는 없으나 일단 부푼 한 덩어리다. 이미 고체화된 상품이라면 사랑은 저 빵을 물어뜯는 일이라고 하면 너무 비하적인 발언일까? 탄생을 기리는 한 표상에 꽃 같은 얼룩은 기대하지도 않거니와 또 기대하고픈 분홍의 일종 그러니까 불량스럽기는 매 한 가지인 이웃집 담장에 핀 꽃은 달달과 섭섭한 일 달달이라는 시어의 어감이 참 좋다. 달달 떤다든가 달달 왼다든가 섭섭에서 오는 그 애틋함까지
초록 초콜릿이 받쳐 든 플라스틱 희망 같은, 초록은 풀(草,艹) 초로 시 객체를 상징한 시어며 초콜릿은 달달 그 자체로 색깔은 검정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먹색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다. 플라스틱 희망은 산업화에 따른 간편과 편리를 대변하는 상징물로 마치 일회용은 아니지만 어떤 땜빵 같은 처신 같아서 섭섭 그 자체
여전히 나는 있는데 내가 없는 일 같고 이미 잃은 자리지만 잊히지 않는 일처럼 오래 남는다. 그러니까 오래 붙들고 있는 사랑 또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여전히 일깨워 놓는 일 다시 깨어나 보아도 메타포적인 상황은 분홍이며 분홍에 가까운 일들 기러기처럼 이 락앤락에서 저 락앤락으로 토마토를 담아본다. 여전히 이웃집 담에 핀 장미는 장미과에 속한 흑장미라는 사실
케이크는 사라지고 케이크라고 명명한 또 다른 완벽한 덩어리에 분홍 꽃만 남아 설탕을 친다. 눈처럼 곱게 내린 이 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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