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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STOP 버튼을 누른다 =김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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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5회 작성일 23-03-14 16:26

본문

STOP 버튼을 누른다

=김현서

 

 

    비가 내린다

    지하도에서 석탄빛 바람이 쏟아져나온다

    바람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비닐봉지 같은 사람들

    외발로 혹한을 견디는 저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외발 비둘기들이 횟집 앞으로 날아든다

    버려진 내장을 서로 물어뜯다

    뿔뿔이 흩어진다

    텅 빈 내 몸 속으로 바람의 칼날이 스민다

    하얀 혓바닥을 내밀어

    어둠을 핥아먹는 가로등 아래로

    비가 내린다

    비린 비가(悲歌) 내린다

 

 

   얼띤感想文

    현관문 앞에 서서

    비를 맞고 있는 남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트에 뛰어가

    두부 한 모 사는 남자

    두부를 쓸고 쓴 두부를 냄비에 안치는 남자

    엊저녁에 먹었던 양념장을 골고루 뿌리는 남자

    폴폴 끓을 동안 마스크팩 하는 남자

    다 끓은 냄비를 들고

    자리에 앉아 창을 보는 남자

    안개처럼 피어오른 무기력함에 그만 주저앉는 남자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목덜미가

    목덜미를 부르고

    한 숟가락 두부를 먹으려고

    뜨끈한 냄비를 잡고서

    하더덕 데인 혀에 감당하지 못한 허기

    순식간에 식어버린 냄비를 보며

    꼬닥꼬닥 얼어버린 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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