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이제니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이제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22-11-13 21:15

본문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이제니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길 없는 길을 걸어가면 신사를 만난다. 신사는 빈 공간이 많고 영적인 기운을 드러내며 양복을 차려입기도 한다. 신수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기란 신수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신사란 지나치게 열심히 걷지 않으며 동시대를 비추지 않는다. 동시대는 다수의 취향과 비껴가는 소수의 일상으로 유지된다.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말라가는 물방울이 끝없이 이어진다. 눈길에 어린 것을 따라간다. 점선으로 흐르는 말. 점선으로 흐르는 말. 문장부호 같은 표정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우리를 닮은 도형을 불러들인다. 전진하는 모서리. 전진하는 모서리. 추위를 향하는 어루만짐이 있다. 희고 둥근 겹은 꽃을 닮아가고 있다. 우리는 온순하지도 검지도 앉지만 매일매일 꽃을 기른다. 매일의 꽃은 어딘가에 꽂혀 있고 조금씩 색을 잃으면서 바닥으로 향한다. 바닥에서 눈길로 눈길에서 옷깃으로 옷깃에서 깃발로. 회전하면서 커져가는 타원형. 회전하면서 커져가는 타원형.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내뱉는 말과 말 사이에 이상한 어울림이 있다. 얼굴 뒤에 숨긴 몇 겹의 어둠을 종이 위에 내려놓는다. 낮고 깊은 낱말 속에서 우리는 은둔자처럼 며칠을 지낸다. 뒤섞이는 눈빛. 뒤섞이는 눈빛. 눈길에 어른어른 어리는 것은 비밀의 장소에 두고 온 어린 날의 눈빛. 낯빛을 말갛게 씻으면 내면의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두드리는 표면. 두드리는 표면. 서로의 밑바닥을 보여주면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서로의 민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서로로부터 멀어진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휴지기 속에서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괄호와 괄호의 말들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의 날씨를 앞당겨 기록하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우리 안에 우리가 없음을 숨기지 않으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가로수와 맞닿은 가로등을 가로지르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반복하려는 말을 고집스레 반복하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곁눈으로 바라보는 겹눈. 겹눈으로 바라보는 곁눈. 창은 열려 있고 고개를 들면 날아가는 새 떼들. 거리를 걷다 문득 눈물을 쏟는 한낮이 있다. 오래오래 울고 일어나 어딘가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걸음이 있다. . 붉은. 향기. 흩날리며. 어둡고. 사이. 사이. 드나드는. 환하게. . 움직임. 줄기. . 고요하고. 정적. 휘돌아. 나가는. 나뭇잎. 모서리. 돌멩이. 부서진. 이미. 뒤늦은. 거리. 거리. 남겨진. 되찾을 수 없는. 너와. . 아닌. 것들의. 기억. 속으로. 휘어지는. 공기. 휘어. 지는. 공기. . . . . . . 불안의 말들을 받아 적으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행성의 폭발을 걱정하지 않으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닿을 수 없는 언덕을 떠나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펄럭이는 삼각형. 펄럭이는 삼각형. 멀리 신사 쪽에서 불길이 일렁인다. 밤하늘의 저쪽이 일순 환하다. 번지는 빛을 가득 받으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기쁘게 사라지며 우리는 밟게 움직인다.

 

   얼띤感想文

    우리는 함께 일한다 소 없는 소를 끌면서 밭에 나간다 밭에는 배추가 많고 푸름을 자랑하는 이파리는 축 늘어뜨려 놓기만 한다 속이 꽉 찬 것이 달곰하다는 것은 속이 꽉 찬 것이 땡땡해서 싣고 가는 것은 어렵다 오우 배추가 너무 많아 이건 기적이야 소가 말한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고 바이러스지 이건 바이러스야 우리는 지켜만 본다 밭이란 가꾸고 일구며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대로 따라 걷는 것이다 방울을 딸랑거리며 목을 젖혀 본다 이쪽과 저쪽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본다 눈망울이 맹하게 움직인다 고추를 뽑고 고추를 싣고 이거 하루밖에 못 해 길고 단단한 것은 취향에 다수 안 맞지만, 취향은 고추처럼 피어난다 에해이 농사를 안 지어보니 뭐 아나 소는 남은 고추 풀 이파리를 혀로 감는다 바닥에서 멀어져 간 이파리와 죽처럼 씹어버린 감정에 말 못 하는 일로 식성만 좋다 말 못 하는 일로 식성만 좋다 가다가 멈춘 달구지 가다가 멈춘 달구지 호박을 딴다 달처럼 불은 호박은 푸르고 땡땡하다 하나를 따는 데만도 힘겹고 달구지에 싣고 소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소나 먹지 소나 먹지, 우리는 한 짐 가득 실은 달구지를 끌며 오르막을 오른다 띄엄띄엄 한 발짝 한 발짝 경사가 심한 길바닥을 한 굽씩 찍으며 가는 눈망울은 다만 무거운 짐을 끌어다 내려놓는 일 어느새 마당에 짐 가득 풀어놓는 노인 짐 가득 풀어놓는 노인 마당 둘레에 해다 놓은 나무가 많고 포대기에 싸인 겹겹 땔감, 땔감들 방안은 낯부터 이미 식은 온기에 방문을 열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며 한소리 한다 아궁이에 솔가지 듬뿍 넣어 불을 지피며 석쇠에 올려놓은 문자를 구우며 바라본다 석쇠에 오른 글자가 노릇하게 익어 갈 때 연기가 피어오르고 구름 가득한 한겨울의 풍경 아래 눈발이 날린다 우리는 고등어를 떠올리며 석쇠를 뒤흔든다 모서리가 타는 냄새, 껍질이 벗겨지는 뜨거운 열기에 희열은 있다 진물이 뚝뚝 흐를 때 살짐은 더욱 고소하고 입안 풍기는 향은 흔적의 꿈속에 있음을 절대 다급하지 않다 다만 우리는 함께 일한다 꼬리가 바삭해질 때까지 그것이 스스로 가루를 넘어 재로 재에서 사라져 간 연기로 사라져 간 연기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향으로 향에서 느껴지는 이목구비의 형태를 달고 있었다 이목구비의 형태 뒤에는 골목길이 보이고 골목과 골목 사이 돌담처럼 조약돌을 쥐며 던져보는 운세에 위안하듯이 더욱 가까이 가본 윤택은 스스로 흐르고 있었다 비가 내릴듯한 관측은 결코 경이로운 일은 아니다 마찰의 수위를 높일수록 가로수는 더욱 엉겨 붙고 있었으며 가로등은 터질 듯이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 반복의 수위를 높이려고 자세를 바꾼 겹눈은 자꾸 아래만 향하고 피할 수 없이 얼어붙은 내면의 아이는 꿈속 길만 걸었다 이때 천천히 비탈길을 걷듯이 오도독뼈 하나가 만지작거리며 숲을 깨운다 오래도록 골목을 걸으면 습기 찬 이끼가 있다 난간에서 뛰어내리면 왜 소리는 나는 것일까, 끝끝내 참지 못해 내지르는 웃음소리, 상담에서 비명으로 비명에서 묶은 멍에에 등은 따갑고 돌발한 일은 마치 예견이라도 했듯이 휘어지며 끊는 김, 그리고 더욱 알차게 당겨지는 얇은 막이 되었다 쫀득한 투숙객을 뒤에 남겨놓고 방 밖으로 나간 저쪽이 일순 피었다 팔베개를 비우며 소리는 가볍게 날아간다 오해와 편견을 남겨놓고 우리는 함께 일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2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7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11-29
37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 11-29
37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1-28
37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11-28
37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1-28
37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 11-28
37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1-26
37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 11-26
37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11-26
37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1-26
37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25
37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11-24
375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11-24
37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2 11-23
374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11-23
3748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11-22
37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11-21
37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 11-21
37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11-21
37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 11-21
374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1-21
37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11-20
3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 11-18
37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11-18
37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11-18
373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11-18
3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11-17
37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11-17
37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11-16
3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11-16
3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1-15
3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1 11-15
37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1-15
373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1 11-15
37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1-14
3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11-14
3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11-14
37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 0 11-14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0 11-13
372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1 11-13
3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 11-11
3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0 11-11
37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11-11
37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 11-10
37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11-10
3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11-07
37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11-07
37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11-07
37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 11-07
371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2 11-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