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8회 작성일 22-11-23 09:23

본문

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피를 보고 맙니다.

솔이 완전히 뭉개져 있습니다.

 

이빨을 기억하는 일을

칫솔은 자신의 힘으로 삼고

혀에는 백태의 눈보라 몰아칩니다. 때마침 나가 버리는 화장실 전구. 혀에 스며드는 쇠 맛.

혈관에 흐르던 어둠이 바깥의 어둠과 만날 수 있도록.

 

칫솔이 잇몸을 그어 버린 것입니다.

화장실 천장엔 줄기처럼 별이 매달리고 온갖 별자리가 달리는데 사수자리에서. 긴 화살의 꼬리가 날아가는데.

 

칫솔이란 망가지기 위한 기억력입니다.

칫솔을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이유는

망가진 칫솔이 우리를 망가뜨리려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솔이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의 치아 또한 그것을 기록하려 시도합니다. 뭉개질 결을 따라 벌어지는 치아.

구역질이 변기 물처럼 쏟아지고.

목젖 뒤의 별똥별. 어긋난 치열이. 잇몸서 새어나오는 빛이.

 

칫솔이 그래서 우리를 배반합니까.

교도소에 넘어간 칫솔 줄 몇 개는 날카롭게 갈려 무기가 되었다 하고.

탈옥범을 성공시키기도.

칫솔에게는 칫솔만의 무수한 가능성이란 게 존재하고 있을지도요.

 

칫솔의 욕망을 이해해야 할 시간입니다.

성정에 대해. 취미나 특기. 그가 어쩌다 이빨을 닦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평생 버린 칫솔을 모아서.

책상 옆 화병에 꽂아 봅시다.

피어나는 것이 있습니까?

 

사실 칫솔이란 참.

눈치가 빠른 자들입니다.

우리가 버리고 싶을 때쯤 칫솔은 이미 망가져 있죠.

스물 몇 개의 치아를 신경 쓰느라. 그는 이미 누구보다 눈치에 도달한 자가 되었고.

눈치가 빠른 자들이란 잔인한 자들입니다.

칫솔의 기억력은 제 자신을 기억하지 않으니.

 

저는 칫솔에 묻은 피로 거울에 칫솔의 본을 뜨고

살펴봅니다.

그가 무슨 굴곡을 가졌는지. 어디서 주저앉았는지. 벌어진 이빨의 틈새에서. 이제는 어떤 걸 더 망칠 수 있을지.

 

얼기설기 엮기

거짓은 또 다른 백색 거짓을 닦고 입을 헹군다. 나의 거짓말이 오장 육부를 돌아 똥이 되어 나와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좌변기 물만 내리면 깨끗이 씻겨 사악한 나의 DNA조차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인플란트 3개를 했다. 한동안 난 거짓과 절망과 우울과 흐느낌 조차 잘근잘근 씹을 수 있을 것 같다. 잘 가라 나의 뿌리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2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7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0 11-29
37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11-29
37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11-28
37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 11-28
37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1-28
37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 11-28
37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1-26
37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 11-26
37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11-26
37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11-26
37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11-25
37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1-24
375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11-24
375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2 11-23
열람중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11-23
3748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 11-22
37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 11-21
37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11-21
37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11-21
37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 11-21
374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11-21
37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 11-20
37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 11-18
37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11-18
37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 11-18
373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11-18
37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11-17
37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11-17
37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11-16
37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11-16
37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11-15
37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11-15
37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1-15
373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 11-15
37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1-14
37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11-14
37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11-14
37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 0 11-14
37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 11-13
372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 11-13
37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 11-11
37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0 11-11
37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0 11-11
37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11-10
37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11-10
37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0 11-07
37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11-07
37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11-07
37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 11-07
371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2 11-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