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있음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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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있음
=이승희
싱겁기도 하지 빈방 있음이여, 그걸 붙들고 선 전봇대는 뭔가 싶다가도 이리저리 뜯어져 팔랑이는 내 마음이여 싱겁기도 하지. 왜 난 자꾸만 빈방은 벼랑 끝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드는 걸까. 그 빈방에 버드나무를 심어볼까? 싱겁기도 하지. 사막 끝에 빈방은 또 어떤가. 들여놓을 마음 없이 몸만 가도 되는 방은 얼마나 싱거운가.
나는 늙기를 기다려요.
빈방처럼 나이 드는 일은, 마음의 한끝이 자꾸만 투명해지는 거라고, 나는 어머니의 화단에서 무말랭이처럼 말라가는데, 버드나무 가지들은 춤출 때마다 투명해져서 새처럼 자꾸만 날아가네요. 셀 수도 없는 곡선의 질주는 아름답네요. 투명이 잠시 세상을 훔쳐내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은 빈방이군요. 싱겁기도하지. 빈방에서 빈방을 생각해요.
어쩌나 내 마음의 빈방은
―계간 《힐링문화》 2022년 9월
얼띤感想文
세상은 빈방이다. 빈방? 빈 마음처럼, 마음이란 눈곱만큼도 없는 삭막한 곳이 이 세상이다. 모두 자기 발언만 한다. 이렇게 경기 안 좋을 땐 결국 최소한의 지켰던 방어선 둑은 터지고 만다. 거기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버드나무라야겠다. 뿌리가 깊고 고인 물까지 고스란히 잘 빨아들일 것 같아서 말이다.
빈방처럼 나이 드는 일은 슬프다. 좀 더 당신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는 무관심이었다. 좀 더 당신에게 들여놓아야 할 그 마음 하나씩 챙겨 놓아야 하는데, 왜 우리는 빈방처럼 그곳에 없는 그림자까지 빼 들고 왔을까, 투명하고라서야 아무것도 없는 無말랭이처럼 꼬닥꼬닥 마른 가죽으로 당신을 어찌 바라볼 것인가?
빈방, 너무 극단적으로 가기 전까지 너무 늙기 전까지 내가 심어야 할 버드나무는 무엇일까? 새가 드나들고 셀 수도 없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그 화단을 만들 능력은 다름 아닌, 본인에게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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