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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벌판에서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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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2-10-28 20:58

본문

해 질 녘 벌판에서

=김행숙

 

 

우리는 저녁 여섯 시에 약속을 하자.

풀잎마다 입술을 굳게 닫아걸었으니

풀잎은 녹슨 열쇠처럼 지천에 버려져 있으니

그리운 얼굴들을 공중에 매달고

땅 밑에 가라앉은 풀들을 일으키자.

우리 혀를 염소의 고독한 뿔처럼 뾰족하게 만들고

서둘러, 서둘러서 키스를 하자.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찔리자, 찌르자.

입술이 뭉개져 다 없어지도록

저녁 여섯 시에 흐르는, 흐르는 피

젖은 내장을 꺼내어

검은 새 떼들을 저 하늘 가득하게 불러 모으자.

이제 우리는 뜨거운 어둠을 약속하자.

 

   얼띤感想文

    시라는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전환할 때는 독자를 만나는 때다. 독자를 만났다는 뜻은 수평에서 수직의 상태다. 그것도 저녁, 여섯 시는 수직이 가장 선명한 상황을 묘사한다. 벌떡 서 있다는 건 발기다. 뭔가 나오기 직전이다. 무엇이라도 씔 것 같고 무엇이라도 솟구칠 것 같은 상황은 여섯 시

    풀잎은 시 객체를 상징한다. 살아 있다. 草植이다. 푸름은 언제나 죽음과 반대다. 입술 굳게 닫아걸었다. 녹슨 열쇠며 지천에 버려져 있다. 지천으로 깔린 게 시 독자겠다. 그들은 녹슨 열쇠처럼 껄끄러운 문장의 존재며 쉽게 말을 놓을 수 없으니 굳게 닫은 입술이다.

    그러나 화자 측에서 보면, 그러한 존재는 모두 그리운 얼굴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바닥 즉 수평(죽음)의 공간에서 보면 모두 허공에 존재하는 무리다. 땅 밑에 가라앉은 풀들을 일으키자. 여기서 땅은 시 객체 측 지하에서 움트는 시 사상이다.

    우리 혀는 시 주체며 염소는 염소鹽訴 소금처럼 희고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 포인트로 닿는 소, 고독한 뿔처럼 뾰족하게 만들고 서둘러, 서둘러서 키스하자. 시 인식의 과정을 거치자.

    검은 새 떼는 역시 글을 제유한 시어며 하늘 가득하게 불러 모아 그러한 인식의 과정을 거치면 수평에 이르는 죽음을 맛보겠다.

 


  *수정합니다. 이제니 시인의 글이 아니라 김행숙 시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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