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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신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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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9회 작성일 22-10-29 16:50

본문

악천후

=신해옥

 

 

    어서 가라. 가고 있어. 지우개지옥을 지나. 바구니지옥을 지나. 무성한 잡념을 헤치며. 반목의 뉘앙스를 견디며. 더듬었다. 끈적였다. 내가 자초한 것들. 자초지종이 없는 것들. 만지면 묻어나는 것들. 긁으면 피가 나는 것들. 불쾌한 재능의 뻘밭에 발이 빠졌고. 능동태의 숲에서 누더기가 되었고. 어서 가라. 가고 있잖아. 오류의 빛. 은혜의 밤. 만주 벌판을 본뜬 황량한 천국의 신기루에 눈이 멀었고. 오호츠크해를 떠도는 젖은 유령의 흐느낌에 기가 질렸고. 검은 삼각주에는 모서리가 없었고. 표면도 없었고. 방위는 무너졌고. 지도는 너덜거렸고. 괜찮습니다. 내 기분은 갱지가 아니라서 쉽게 찢어지지 않을 줄 알았지. 위도와 경도를 초월하여. 자르는 선을 따라 접고. 접는 선을 따라 지우고. 지우개지옥을 지나. 금 시대와 은 시대를 도약하여. 바야흐로 알미늄 시대에 닿을 것처럼 가볍게 구겨질 수 있을 줄 알았지. 바구니에 버리면 될 줄 알았지. 뒤집어쓴 바구니. 바구니의 목소리. 어서 가라. 제발 가라. 애원의 높낮이를 따라 뒤틀리는 것들. 의혹의 습도를 따라 말라붙는 것들. 쥐가 났다. 뜨거웠다. 해석의 가장자리를 따라 덧나는 것들. 환멸의 끝에서 충혈되는 것들. 간헐천이 끓었다. 속옷을 빨았다. 화상을 입었다. 불가능한 바람.

 

   얼띤感想文

    가져가라. 여기 내놓았어. 쟁반을 지나 마신 잔을 지나. 쫄쫄 굶은 바닥을 긁으며. 불화의 침실을 견디며. 여 오라 불렀다. 만졌고 모른 체했고 드러내 보였다. 내가 끈 것들. 고빙구화敲氷求火하는 것들. 찌르면 터지는 것들. 건드리면 더 달라붙는 것들. 도시의 어둠에 손등이 말라. 촉촉 부푼 나무가 그네 타는 것들. 가져가라. 어여 내놓았잖아. 풀린 두 손에서. 고무줄의 눈동자. 목에 걸어놓은 수첩에 자꾸 젖은 입술은 집 밖으로 새고 있었고. 도끼를 베고 잔 아침은 박힌 부리로 시름을 달랠 수 없었다. 저기 저 던져놓은 웃옷을 당기며 맞지 않은 추위를 열어두기만 했다. 시도합시다. 여기서 죽을 순 없습니다. 생각해보자고요. 이제 내려와야 할 때 천천히 문을 당기며 던져놓은 이불은 멀리하여 살아 숨 쉰 벽돌에서 최소한 짜깁는 바늘을 따라 걸어갑시다. 축 처진 어깨를 끌어올리고 지난밤 담갔던 빨래를 들고 길을 나서자. 광대처럼 거닐 수 없는 보도블록을 꾹꾹 딛으며 아직도 떨어지는 저 이파리를 밟으면서 철문으로 간다. 어서 가져가라. 있을 때 하이파이브처럼 지녀 가라. 구백 원도 안 하는 핸드크림에 애원의 호흡은 여기 이리 앉아 있으니 고개를 갸우뚱하지 말고 마! 가져가라. 거친 손으로 죽죽 짠 미끄러운 주문을 얼굴에 바르며 차례가 차례를 모르는 것처럼 바르며 보이라. 영영 가게 문 닫을 순 없으니 단추처럼 끼며 더욱 끈적한 하루를 가져가라! 어서 가져가라

 

    사실, 가게 문 닫는 거보다는 한 번 더 이 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번 싸워봐야겠다. 판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매출은 확연히 달랐다. 매일 조금씩 나아졌고 전보다는 두 배 가까이 더 느는 걸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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