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가 없는 작은 못 =황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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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가 없는 작은 못
=황유원
대가리가 없는 작은 못이여 망치로 두들기면 납작한 대가리 대신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작은 못이여 휘어지는 못이여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며 불꽃 튀기는 못이여 그러나 결국 안으로 들어가 휘어진 몸을 기어이 숨기고 벽 전체를 침낭으로 삼고 잠들 작은 못이여 겁대가리 없는 작은 못이여 작지만 작지 않은 수십 갈래로 갈라져 적의 내장에 박히면 내출혈을 일으킬 자랑스러운 못이여 삼켜지면 툭 뱉어지고 말 당최 맛대가리라곤 없는 못이여 대가리가 없는 대가리가 없어 딱히 생각이 없는 생각이 없으므로 쓸데없는 생각도 없는 쓸데없지만은 않은 못이여 없는 생각의 불꽃을 튀기며 무데뽀(無鐵砲)로 끝까지 밀고 들어가는 작은 못이여 없는 대가리로 열리지 않는 가슴에 쿵쿵 두드려지는 못이여 때로 대가리란 없느니만 못하니 대가리가 없어 쉽게 빼낼 수도 없는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잊혀, 이제는 온 존재가 사라지고 만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게 돼버린 못이여 대가리를 다느니 그냥 벽 안에 묻혀 고요히 죽고 말 세상 겁대가리 없는 작은 못이여
얼띤感想文
시종일관, 대가리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시가 내포하는 골자는 있어야겠다. 어쩌면 시인은 그런 골자의 빈약함이거나 골다공증처럼 뼈대가 없는 것에 대한 자아비판일지도 모르겠다. 한 며칠 대가리 없이 논 거 같다. 11월의 시작은 더욱 어둠처럼 닿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비관적인 마음을 가지면 안 되지만, 잠깐 우울한 거 같다. 한 달 마감하고 한 달 시작은 마치 깨끗한 백지 한 장 부여받은 꼴이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다.
오전,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시지 모 카페에 볶은 원두를 납품했다. 서울, 생두 수입상에게 전화했다. 여기 지방의 상황을 들려주었더니, 오히려 서울은 더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판촉으로 쓸 내년도 수첩이 입고되었다. 모 업체 여 사장을 만나 딸, 보험상담과 실손보험 한 건 계약했다. 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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