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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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몇 개의 골목을 지나 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군중에 떠밀려 간다. 길을 잃을까 서로 손잡고 아이를 목말 태운 채 물결에 휩쓸리듯 바다 쪽으로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아, 화약 냄새가 진동을 해. 서로 보고 웃으면서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저 골목 끝에 진짜 있다는 듯이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됐지만 하이라이트는 아직 멀었고 우리가 가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이 계속 지연될 거라는 믿음 무리에 뒤섞여 흘러가다 다른 연인의 팔짱을 끼고 다른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낯선 해안의 풍경 속으로 무한 복제되는 까만 뒤통수들을 따라가면서도 이유 없이 그냥 즐거워서 도착하기도 전에 모두 끝이 나도 얼룩덜룩해진 낯빛이 줄줄 흘러내리고 확장된 동공이 텅 비고 입속에 화약 냄새를 풍기면서도 ⎯그런데 왜 아직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동과 폭음에 떨리는 창 옆으로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데 어둑한 길 안에 묶여 있는 개가 계속 쳐다본다. 밀려가는 사람들을 향해 짖지도 않고
얼띤感想文
밤늦게 예전 직원이었던 성찬이가 전화했다. 모르는 전화라 받지 않으려다가, 여보세요? 저 성찬이에요. 아 성찬이 어쩐 일이고? 지나가다 사장님 차도 보이고 해서 전화했어요, 혹시 계시면 인사차 들릴까 해서요. 요즘 나, 딴 일 한다. 성찬이는 예전 함께 일하면서 커피는 그냥 배우게 되었고 닭고기 다루는 기술까지도 거저 배워나갔다. 그러니까 창업 멤버였는데 한 달 일하고 나간 아이였다. 목소리 들으니, 왠지 기운이 없는 듯 보였다. 이 경기에 젊은이들의 고통은 기성세대보다 더하겠다는 생각이 퍼뜩 지나간다.
실업에 대한 고통과 경기 난조에 따른 자영업자의 붕괴는 IMF 때보다 더 심한 고통으로 닿는다.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겠고 소통이 없는 벽은 더욱 높아만 간다.
어제 울산에 있을 때였다. 모든 일 마치고 저녁 먹기 위해 거기서 가까운 곳 주꾸미 볶음 잘하는 집 찾아 들렸는데 손님이라고는 딱 한 팀뿐이었다. 7시 넘었는데 도로는 한산하고 거리도 한산했다. 대도시인데 이렇게 한산한가! 물론 밤늦게 잘 나와보지 않아 그렇다고 하여도 말이다. 함께 간, 선생도 경산도 마찬가지라며 한 술 비웠다. 하기야 카페도 그러한데, 예전은 밤 11시까지는 기본 열어두고 영업한 곳이 카페였다. 오후 7시만 넘으면 조용하기 짝이 없는 카페,
연준의 물가안정에 대한 고금리 정책이라는 탄알을 격발한 뒤, 그 후폭풍의 화약 냄새만 맡아도 무너진 우리의 경제, 환율은 역대 최대의 오름을 보았고 주가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는, 떨어지는 칼날에 서민경제만 죽어 나갔다. 그 현장을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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