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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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흼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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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회 작성일 22-10-15 16:22

본문

=김준현

 

 

    사람이 참 얄팍하다고 할 때 나는 종이를 생각한다. 뾰족한 펜의 끝을 생각한다. 그 끝에서부터 노랗게 말라 가는 식물의 잎과 떨림을 생각한다. 핏기가 빠진 세 손가락 끝의 노랑을 생각한다. 노랑은 왜 잠깐인지 차량 신호등이 멈칫하는 호흡인지 안전선인지 더는 발끝을 내밀 수 없는 곳인지 생각한다. 그런 곳마다 피는 민들레를 생각한다. 어둠을 움켜쥔 악력을 생각한다. 철봉에서 나는 피 냄새를 생각한다. 내 온몸이 그 가는 선에 매달려 있었음을 생각한다. 흰 머리카락을 생각한다. 민들레의 최후가 풍장(風葬)임을 생각한다. 바람의 힘을 생각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1월부터 바다가 얼어붙는다는 것을, 텅 빈 눈을 생각한다. 그곳을 걷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먼 곳에서 보는 그들을 알 수 없는 글자라고 생각한다. 뜻이 없고 문법에도 맞지 않아서 슬프다고 생각한다. 글자들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노화라고 생각한다. 눈살을 찌푸리고 안경을 코에 걸치는 것을 늙음이라고 생각한다. 콧등에 진 주름을 얼음에 간 금이라고 생각한다. 곧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사람이 참 얄팍하다고 생각한다.

 

   鵲巢感想文

    나와 뜻이 상반되는 쪽을 북쪽이라 생각한다. 그쪽은 핏기가 서려 있고, 살아 있다. 어쩌면 얄팍한 세계, 뾰족한 펜처럼 긁으면 상처가 온다. 식물의 잎과 떨림으로 오는 저 북쪽의 바람을 느낀다. 노랑은 죽음의 시간도 통로도 아닌 갈팡질팡한 열십자 거리를 상징한다. 안전도 없고 죽음도 없는 잠시 잠깐 오는 멈칫거린 호흡일 뿐이다. 노랑 물 밴 악력은 철봉처럼 매달려 있다. 거기서 피어나는 피 냄새를 맡고 있을 뿐이다. 그건 끊을 듯 끊길 듯 이어지는 실낱같은 희망 아닌 희망으로 절망을 표현하는 흰 머리카락이다. 꾸덕꾸덕 말라가는 민들레다. 노랗게 핀 것에서 하얗게 변하는 철학의 힘을 생각한다. 여전히 북쪽은 춥고 냉기만 흐른다. 11월처럼 맞서며 가는 철로였다. 그곳에 안주하는 사람, 사람들이 있었다. 글자라고 생각한 여자들, 거긴 뜻이 없고 문법도 없는 잠시 잠깐 살아 숨 쉰 여자였다. 잠시 잠깐 스쳐 지나간 것들, 찌푸린 눈살과 코에 걸친 안경만 떠오른다. 콧등에 진 주름으로 보아 고집과 아집이 센 것들이다. 그것은 얼음처럼 단단해서 뭐라 말할 수 없다. 한쪽에서 머뭇거린 죽음의 벌레들이다. 참 안타깝다. 얄팍해서 더욱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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