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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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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벽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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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4회 작성일 22-09-25 16:19

본문

=신철규

 

 

    그때부터 우리는 모두 벽이 되었다. 너랑 얘기하면 벽이랑 대화하는 것 같아, 하루 종일 벽을 따라 걷는 독방의 수인을 생각하는 밤. 다족류들은 벽을 만나기 전까지 방향을 틀지 않는다. 저 수많은 발이 여는 원탁회의는 얼마나 소란스러운가. 당신은 벽에 대고 사랑해, 라고 말한다. 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벽은 심장이 없고 심장의 떨림을 전할 입이 없다.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개하다는 뜻이야.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벽은 수직으로 존재합니다. 당신이 내 가슴에 붙여놓은 수많은 메모들이 혓바닥처럼 날름거린다. 총탄, 십자가, 달력, 칼로 새긴 헤어진 연인의 이름. 낙서가 벽을 무너뜨린다. 죽은 자를 살려내라. 당신은 오늘도 방패 같은 얼굴을 하고 우리를 막아서고 있군요. 파도는 물의 벽입니다. 물이 불을 태우고 불은 물속에 잠깁니다. 물속에 갇힌 자들에게 목구멍으로 벽이 들어옵니다. 지상의 모든 수평선은 이제 하늘과 땅 사이의 벽이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삼킨 벽은 두꺼워집니다. 거미는 자신이 만든 점성의 독방에서 생을 마감한다.

 

   얼띤感想文

    벽은 하나의 거울처럼 되어버렸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하나의 벽이 생겼다. 하루 종일 벽을 따라 걷는 독방의 수인을 생각하는 밤, 독방의 수인은 자아를 은유한 문구이지만 우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다족류들은 벽을 만나기 전까지 방향을 틀지 않는다. 벽을 만나면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진실이지만, 현실에서 부딪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한다면 틀린 말도 아니겠다. 김정은의 핵 관련 정책도 어떤 커다란 벽이 무너졌기에 곧장 추진하는 것이며 우리의 정책 방향은 벽이 더욱 굳건함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개하다는 뜻이야라며 시인은 말한다. 벽 앞에서 맞닥뜨린 생존의 싸움에서 감정 따위는 필요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더욱 명확한 진실이다. 러시아 푸틴은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지역에 가 총알받이로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국경 탈출을 모색하는 청년이 어느 시기보다 많다고 하는 현실, 그들에게는 전쟁과 푸틴이 벽이다.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벽은 수직으로 존재한다. 꺾을 수 없는 상대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낙서가 벽을 무너뜨린다. 여기서부터 벽은 하나의 존엄성으로 닿는다. 파도는 물의 벽이라는 진술, 파도는 수평을 깨뜨리며 일어서는 어떤 항거이므로 물이 불을 태우고 불은 물속에 잠긴다. 물은 시적 주체로 불은 시적 객체로 수직을 대변한다. 헤겔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한 열정이 일고 새로운 지류가 생겨나는가 하면 잠잠한 평정의 세계에서 다시 또 누군가는 일어나는 벽의 세계 물속 잠긴 것들은 누군가의 목에 들어갈 것이고 벽은 또 생성되겠다.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수평선은 벽의 잠재적 파도로 하루씩 더한 그 성은 두껍기만 하다. 그 속에 들어가 사는 다족류, 거미는 결국 점성 가득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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