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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어두운 부분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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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1회 작성일 22-09-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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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어두운 부분


                                                             조용미

빛이 나뭇잎에 닿을 때 나뭇잎의 뒷면은 밝아지는 걸까 앞면이 밝아지는 만큼 더 어두워지는 걸까

깊은 어둠으로 가기까지의 그 수많은 초록의 계단들에 나는 늘 매혹당했다

초록이 뭉쳐지고 풀어지고 서늘해지고 미지근해지고 타오르고 사그라들고 번지고 야위는길이 휘어지는 숲가에 긴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우리는 거기 앉았다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처럼

긴 의자 앞으로 초록의 거대한 상영관이 펼쳐졌다 초록의 음영과 농도는 첼로의 음계처럼 높아지고 다시 낮아졌다

녹색의 감정에는 왜 늘 검정이 섞여 있는 걸까

저 연둣빛 어둑함과 으스름한 초록 사이 여름이 계속되는 동안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다

노랑에서 검정까지
초록의 굴진을 돕는 열기와 습도로
숲은 팽창하고
긴 장마로 초록의 색상표는 완벽한 서사를 갖게 되었다

검은 초록과 연두가 섞여 있는 숲의 감정은 우레와 폭우에 숲의 나무들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것처럼 흐릿하고 모호하다
 

 

얼기설기 맞추기

드라마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손석구)의 텅 빈 눈동자는 언제나 흐릿하고 모호했던 것 같다. 완벽히 검은 색으로 살 수 없는 그렇다고 초록의 인간으로 살기에는 너무 어둔 색상. 그 반항적인 눈빛과 눈발 날리는 역 앞에서의 코트자락은 나라도 가서 길을 인도해 주고 싶을 만치 우수에 차 있다.

빛이 비친다고 어둠이 옅어지는 건 아니다. 어둠 즉 죽음에 이르기 까지 유혹은 곳곳을 지키는 복병이다. 녹색(희망)의 감정에 검정이 섞이는 이유다.

좀 더 초록에 가까웠다가 어슴푸레한 연두가 되었다가 검정물이 튀기도 하는 긴 장마 같은 인생에서 한 인간의 삶은 시간의 색상표 같다. 우린 그런 온갖 푸름을 가장한 초록(생명력)에 둘러싸여 애매모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전철역 앞 잘못 내린 눈 빛 하나 까맣게 서성일 것 같다. 검은 초록이 섞인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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