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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같은 그런 장소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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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2-09-27 13:24

본문

너와 같은 그런 장소

=이제니

 

 

    만나러 가는 사람이 되어 걸어가고 있다. 좁은 골목 저 끝으로 사람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휘날리는 옷자락. 흩어지는 웃음소리. 밤의 수군거림으로 번지는 오래전 뒷모습. 풍경으로 스며든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이미 풍경을 지나친 뒤였다. 잊어버린 사람을 다시 잊어버린다는 것. 물러난 자리에서 다시 한 발 더 물러난다는 것. 만나러 오는 사람은 인상이 평범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했다. 구름이 구름을 불러 모아 하늘을 뒤덮고 있는 사이. 수풀 뒤편의 샘물줄기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 사이. 나 자신을 연기하는 나 자신이 되어 만나러 가고 있다. 다가가는 것만큼 멀어져가면서, 만나러 가는 사람이 만나러 오는 사람으로 변모하고 있다. 순간순간 입장이 뒤바뀌면서. 꿈결 속 전경의 얼굴이 물러나듯이. 먼 산의. 눈먼 마음의. 아무것도 아닌 것의 무한함 같은 것이 다가오고 있다. 후회와 존중의 마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감은 두 눈을 만져보던 어느 날의 두 손으로. 빛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뒤늦은 회한으로. 복도의 끝에는 먼지가 내려앉은 거울 하나가 걸려 있다. 다가올 시간을 가리키는 점괘처럼. 멀리로부터 어렴풋하게 얼굴 하나가 떠오르고. 물러나듯이 다시 다가오는 흰 산. 살아 있음으로 인해 멈출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 그것은 오래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입니다. 너와 같은 그런 장소. 너와 같은 그런 어둠. 만나러 오는 사람이 되어 만나러 가고 있다. 점괘의 순서를 다시 뒤섞듯이 걸어가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의 얼굴이 문득 선명해진다. 실은 울고 있었다. 그래. 내내 울고 있었어. 지나치는 구름들. 지나치는 사람들. 지나치는 이름들. 지나치는 숫자들. 순간순간 도착하는 풍경의 일부로 스미면서. 만날 수 없는 것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되어 걸어가고 있다.

 

   얼띤感想文

    불러서 오라고 하는 사람이 되어 운전해 가고 있다 저 큰 도로에서 콘크리트 건물로 시커먼 K7를 몰며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 땀으로 뒤범벅거린 옷차림 엉망인 얼굴로 종일 서비스한 거친 손을 올려놓고 구체를 오른쪽으로 뒤틀며 미소를 머금는 모습 길가에 줄지은 채 주차한 차들 속 주차한 공간을 찾는 것은 이미 주차한 차들의 길을 잃은 뒤였다 보고 싶은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받아들여야 할 자리에서 다시 받아들이며 얼굴을 보는 것 운전해 오는 사람은 여자였다 화가 단단히 일었고, 무엇이든 뒤엎을 거 같다 어둠이 어둠을 불러 모아 밤은 더욱 오리무중이었다 밤의 덤불 밖으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어휘를 마셔야 했다 눈 아닌 눈빛으로 숨길 필요가 없는 그 눈빛으로 눈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로 불꽃을 담아내는 입술만큼 가까워져 오면서 침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로 그러나 다가간 만큼 고양이가 되어 가듯이 웅크리며 있었다 멀어지고 싶었지만, 더욱 당기는 화술로 꽃이 이지러지는 그 날까지 입장을 바라보아야 하는 그 난극, 밉지만 미울 수도 없는 근원을 원근으로 뒤바꿔 놓고 극장 아닌 극으로 내몰리며 있었다 도시는 자폐를 앓았고 앓은 태양은 붉게 타오르기만 했으니까 희미한 두 손이 그 꽃을 한 옴큼 움켜쥐며 빨고 있을 때 거울 하나가 깨진 거처럼 순간 떠올랐다 다시 죽어 나간 흰 산의 슬픔과 축축한 계몽의 교육으로 다시 아르바이트 문장으로 내려다본 이름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러면서 어둠의 바닥에서 일어나 앉는 폐허를 밟으며 걸어가는 애처로운 등을 보면서 우린 결국 함께 죽을 거라며 밤의 두루마리를 내 던졌으니까 불빛으로 도배한 천장을 뒤로하고 말끔히 지운 후장은 유배당한 천장의 뼈로 묻어놓고 만 저 맹인들, 솎아주는 난동들, 해체되어 간 풍경과 표정을 뒤로 내맡겨 두고서 운전할 수 없는 것을 운전해 가는 사람이 되어 저 콘크리트 건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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