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뼈였던 것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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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뼈였던 것
=김이강
그 애의 이름은 남경이었다. 내 등의 뼈마디들을 자꾸만 만지던 그 애. 안경을 쓴 단발머리 그 애. 왜 자꾸 내 뼈를 만지는데? 묻지 않았다. 남경을 보며 웃으면 그도 싱그럽게 웃어 보였다. 작고 마른 여자애들에게 살아난 빛 같은 것, 왜 너는 튀어나온 뼈들이 이렇게 많은지. 복사뼈처럼 튀어나온 손목 바깥쪽을 만지면서야 남경은 말했다. 이렇게 뼈가 있구나 하고. 사람의 뼈는 이렇게 생겼구나. 남경은 자신의 턱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것 봐. 이건 내 뼈. 우리의 쇄골뼈. 어깨에서 팔로 떨어지는 앙상한 뼈. 주름 사이로 튀어나온 뾰족한 팔꿈치 뼈. 그렇지만 끝내 등허리에 튀어나온 그 뼈. 얇은 셔츠로는 감추어지지 않는 뼈들에 대해선 말하지 않지.
교정엔 자갈이 깔려 있다. 너 백 미터 23초라며? 넌 11초. 그래. 난 11초. 남경의 얇고 긴 다리가 달리고 있다. 무릎 뒤편의 뼈. 그건 내가 끝내 말하지 않던 뼈. 가늘고 튼튼하게 튀어나온 뼈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596 김이강 시집 트램을 타고 27p
얼띤 드립 한 잔
우선 우리의 개념은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함께 혹은 공유 또는 같이 나란히 아울러 같은 단어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모두 뼈 같은 존재다. 뼈라는 말은 핵심적이거나 강조할 때 주로 쓰인다. 뼈를 깎다, 뼈와 살이 되다. 뼈가 녹다. 뭐 여러 말로 쓰이겠지만, 너 없이는 나를 이룰 수 없는 우리는 한 사회를 이룬다. 또 재밌는 시어가 있다면 이름으로 호칭한 ‘남경’이다. 어떤 여자애 이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 방향은 바닥을 지칭한다. 무엇보다 남자의 생식기가 떠오르기도 해서 시적 사정을 자아내는 효과까지 가진다. 안경을 쓴 단발머리에서 생각이 미치지 못한 단발성 소총 M拾六이 떠오르고 그것을 잠시 생각하다가 웃음 아닌 웃음이 일기도 한다. 유난히 작고 마른 여자애만 고른 개체의 모임은 역시 하얀 뼈다. 어깨에서 팔로 떨어지는 앙상한 뼈, 깨알 같은 어는 남경의 뼈로 十中八九 八方美(米)人으로 닿을 것이다. 그러나 얇은 셔츠로 감추어진 뼈에 엉킨 얘기는 쉽게 말하지 않는 법 그게 시다. 너 백 미터 23초라며 난 11초야 에서 一飯三吐의 토끼가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가늘고 튼튼한 뼈에 한 무게 실어본다. 큼지막한 것이 보였다가 사라진 공간 허전함을 깨닫다가도 꽉 찬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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