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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의 담론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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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4-12-26 21:23

본문

오후 6시의 담론

=천서봉

 

 

우리는 열어볼 수 없는 상자를 얻었다

모서리가 전부여서 어디에 놓아도 어울렸고

우리는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좋았다

물 샐 틈 없는 욕망이란 이런 것이지

오후 정각 6시가 되자 우리는

상자에게 이입할 수 없는 감정을 주체 못한다

귀는 엎지르지 못하는 그림자에 대해 말했고

안을 확인할 수 없는 동공의 목소리는 흐릿해졌다

흔들수록 상자는 점점 어두워졌지만

모서리가 전부여서 어디를 만져도 아팠다

상자를 열 수 없으니 6시는 가벼워지지 않았다

누군가 상자 위에 이불을 가져와 덮었다

윤곽이 희미해진 우리는

그제야 어떤 관점에도 어울릴 것 같았다

다행스러워진 우리에게 극도의 피로가 몰려왔다

검은 입을 최대한 벌려 하품하는 오후 6

이불을 덮고 발효하는 상자 옆에서

각자 생각의 불길한 모서리에 기댄 채

꺼낼 수 없는 꿈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다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086p

 

   얼띤 드립 한 잔

    상자는 신의 영역이다. 상자를 열 수 있다면 복권도 부러워할 건 없다. 그렇지만 백에 하나는 그 상자를 여는 자가 있고 상속 속 금빛에 희열을 누린다. 몇 안 되는 발효 꾼들로 오후 6시의 담론은 기나긴 여정을 걷는다. 그 여정은 속세와는 무관하다시피 절연하고 관외 은둔까지 자처한다. 기어코 상자를 열기 위해 모가지를 내밀고 모서리에 하염없이 배어나간다. 그러다가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자까지 나는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때 시각은 오후 여섯 시였다. 오후 여섯 시는 직행이다. 하늘과 맞닿은 시간이다. 그러면 내가 죽지 않고 상자에 기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매일 고민하고 밤마다 장 등을 한다. 그러는 것이 답이 있을까 새벽이면 늘 혼돈과 무질서에 피로가 몰려오고 그림자는 이내 비 철철 맞기 일쑤다. 인간의 비관과 나약함이 순식간에 환부 깊숙이 들어와 앉기 시작할 때 오후 6시는 담론을 넘어 불길한 모서리에 기댄 채 꺼낼 수 없는 꿈에 대해 꿈꾸기 시작한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바라는 세상은 웃음이 있고 노래가 있고 간혹 술이 오가는 바람이 풀밭을 보듬고 젖을 먹였다는 것. 오늘도 오후 6시였다. 바늘처럼 따끔하다 못해 깊숙이 들어앉는 대못에 숨이 컥 막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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