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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첫눈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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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4-12-29 21:17

본문

첫눈

=함기석

 

 

    네가 떠난 밤, 바다는 글자 잃은 시집이다

 

    등대는 기린 눈망울을 껌벅이며 애처로이 수평선을 바라보고

    누가 맨발로 물 위를 위태롭게 걷는 소리

 

    바람이 어린 삵처럼 방파제를 넘어와 민박집 방문을 긁어 댄다

 

    홑이불 잠을 걷고 문을 열면

    첫눈이다 점점이 너의 입술이다 희디흰 숨결들

 

    죽어서 차고 흰 해풍이 된 물고기들, 공중에서 공중을 놀고

 

    내 영혼은 지금,

    천천히 해저로 가라앉는 무쇠 닻

 

    사랑의 입말은 핏물이 다 빠져나간 짐승의 마른 혈관이다

 

    해저처럼 외로운 잠

    네 알몸처럼 내 살 곁에 누워 바스락거리는 어둠

 

    새벽녘, 먼 지층으로부터 여진처럼 울려오는 찬 물소리

 

   민음의 시 269 함기석 시집 54-55p


   얼띤 드립 한 잔

    첫눈에 대한 묘사다. 사랑은 눈빛에 있다. 네가 떠난 밤, 바다는 글자 잃은 시집이다. 바다만큼 공허한 것도 없다. 한없이 넓고 한없이 깊다. 茫茫大海. 글자 잃은 시집이란 그 만큼 마음을 잃었단 표현이겠다. 글자로 가득해야 할 시집이 모두 어디다 내 버렸는지 송두리째 뽑아 간 것이다. 등대는 기린 눈망울을 껌벅이며 애처로이 수평선을 바라본다. 등대는 외눈박이로 한 곳만 주시한다. 기린은 목이 긴 동물로 동물적 심성을 기렸다면 기린은 일어날 기에 비늘 린으로 무언가 내뱉고 싶은 글자를 암묵적으로 내재한다. 수평선은 양쪽 균형을 묘사하지만, 실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시가 탄생했겠다. 누가 맨발로 물 위를 위태롭게 걷는 소리, 이는 균형을 깨는 일이며 사건의 발단이 된다. 바람이 어린 삵처럼 방파제를 넘어와 민박집 방문을 긁어 댄다. 삵은 들고양이로 집에서 기른 고양이와는 별개임을 알 수 있다. 방파제는 어떤 한 경계를 뜻하는 것으로 원래 있어야 할 곳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한 선을 넘는다. 방문을 긁어 댔으니까. 홑이불 잠을 걷고 문을 열면 첫눈이었다. 처음 만난 그 느낌, 입술은 곱고 희디흰 숨결과 해풍에 닿은 어와 어 사이에 공중은 휘돌아 돌고 기어코 닿은 해저는 뜨겁기만 하다. 거기에 내리 닿은 무쇠 닻, 사랑의 입말은 핏물이 다 빠져나간 짐승의 마른 혈관이다. 언뜻 김광균의 설야가 스쳐 지나간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에 속 타는 심정이겠다. 네 알몸처럼 내 살 곁에 누워 바스락거리는 어둠이었다. 새벽녘, 먼 지층으로부터 여진처럼 울려오는 찬 물소리,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雪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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