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혹은 신탁 =유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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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혹은 신탁
=유병록
용서받지 못할 악행의 냄새가 몸에서 지워지지 않을 때, 뉘우쳐도 소용없는 독이 온몸에 퍼질 때
내 오래된 신전으로 간다
더 이상 현기증이 일지 않는, 더 이상 튕겨 나가지 않는, 여기는 지구의 자전축, 피 흘리지 않는 성소(聖所)
누가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다 얘야, 그만 나와라, 너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말해주지 않는다
아무도 용서해주지 않는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불러보지 않은 내 이름을 불러본다 기다림이 두려움으로 변할 때까지 공포의 얼굴이 환해질 때까지
날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鵲巢感想文
식과 신의 차이 ㄱ과 ㄴ의 어감에서 오는 시의 인식은 타인의 배려에 달렸다. 마치 용서받지 못할 악행의 냄새가 몸에 배긴 것 같고 뉘우쳐도 소용없는 독처럼 그러나 신전처럼 닿는 시와 시집, 여기는 성소와 다름없다.
피 흘리지 않는 지구의 자전축이다. 한 계파의 스스로 놓아두어도 잘만 돌고 도는 글자의 모음들 누가 이 이름을 열어볼 때까지 그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다. 열어보지 않으니 용서라는 것도 없다. 거저 쪼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불러보지 않은 내 이름을 불러보고 마는 그 기다림에서 두려움으로 끝내 공포까지 밀려오는 이 어둠의 진실,
환해질 때까지 날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의 식탁처럼 옮겨 갈 더 나가 신탁처럼 닿는 그날까지 시는 어둠만 안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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