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별의 탄생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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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별의 탄생
=최금진
나, 한 마리 정자였을 때 엄마의 자궁을 향해 씨앗을 물고 달려갔겠네 웅녀의 맏딸이었던 엄마의 캄캄한 동굴 속을 헤엄쳐가서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을까, 내 고민은 활짝 꽃잎으로 피어났겠네 우주 속에 떼로 날아다니는 먼지 한톨, 물 한방울 같은 나, 그런 정충이었을 때 엄마는 자신도 모르는 본능에 따라 들숨날숨 불어넣어 내 형상을 만들었겠네 만삭으로 부풀어오르는 엄마의 배에 가만히 귀를 대고는 내 젊은 아버지께서도 허허허, 웃으셨겠네 「창세기」에 나오는 태초의 아버지처럼 보시기에, 참 좋으셨겠네 눈도 귀도 달지 못한 캄캄한 것을 보시고 잘했다, 잘했다, 칭찬하셨겠네
얼띤感想文
진화의 체계도를 그리자면 아버지->시[최금진]->어머니[나]->떠돌이별의 탄생이겠다. 한 마리 정자가 엄마의 자궁을 향해 갔다는 건 얼핏 읽으면 충격적이지만, 시의 세계에서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문장이 되어 버린다. 웅녀의 맏딸이었던 엄마, 마치 단군신화를 재생하는 듯 시는 캄캄한 동굴에서 활짝 핀 꽃잎까지 하나의 시상과 세계를 그린다. 단군신화라는 얘기를 꺼내다 보니, 요즘 중국의 역사 동북공정에 관한 내용은 우리 동이족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오늘 신문에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옆 국가 박물관에 전시한 한국 고대사 연표에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빠졌다는 사실, 이에 항의했다. 그러자 중국 측 대변인의 曰, 수정은커녕 아예 철거하겠다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22.09.16
그나저나, 한 편 잘 써놓은 시는 창세기나 다름없겠다. 떠돌이별의 탄생은 언제 어느 시기에 또 나올지는 아버지도 모르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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