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半減期)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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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기(半減期)
=김언희
나는 불어젖히네 사랑을 색소폰처럼 / 불어젖히지 불멸의 / 색소폰을 / 온몸의 뼈다귀들이 필라멘트처럼 빛을 낼 때까지 / 불어젖히네 / 당신을 / 불다 불다 내 머리통까지 / 불어 날리네 / 사랑은 방사성 / 폐기물질 / 반감기가 오기까지 / 45억 년이 / 걸리네
얼띤感想文
반감기란 방사성 원소나 소립자가 붕괴 또는 다른 원소로 변할 경우, 그 원소의 원자 수가 최초의 반으로 줄 때까지 걸리는 시간. 악티늄 217은 100분의 1.8초, 우라늄 238은 45억 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서 색소폰은 악기 이름이 아니라 색소+폰으로 듣긴다. 물체의 색깔 성분과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그런 작용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필라멘트처럼 순간의 빛으로 오는 어떤 띵-하게 받히는 각성효과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발각發覺이다. 한 작가의 내면성은 가히 중복이거나 복제 거나 할 수 없는 시의 특수성이다. 전에도 한 번 쓴 적 있는 유전자의 복제 말고는 똑같은 한 인간을 드러낼 순 없는 일, 복제하였다고 해도 환경적 요인까지 그대로 카피하기는 어렵겠다. 그러니, 아예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새로 시작하는 일, 그런 반감기는 45억 년이나 걸린다. 그러니까 아예 물리학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일과 다름없는 일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참 그러고 보면 우주의 신비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무한의 공간이다. 우주, 그 자체가 집이다. 한낱 시로 대변한다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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