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방 =박서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숨겨진 방 =박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9회 작성일 22-09-19 16:36

본문

숨겨진 방

=박서영

 

 

    잣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툭 굴러 떨어지는 잣나무 열매를 비켜 나는 소녀난민처럼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이 세상 한 쪽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 아주 잠깐이지만 떠난 사람들을 생각했고 추억으로 가득 찬 무거운 방을 생각했고 대낮에도 떠오르지 않은 숨은 태양을 생각했고 대낮에도 어딘가 떠있는 숨은 달을 생각했고

    점점 생각이 많아지고 있어 아름다움이란 먼 곳에서 되돌아온 헛것이라는 생각

    달이 뜨고 당신과 나의 경계처럼 두 뺨에 물 흔적선이 선명해 질 때 시든 풀잎 같고 국경 같은 입술이 불타는 걸 봤어 붉게, 젖어서, 젖은 것들도 불탄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잡히지 않은 불길이 있다는 걸 재가 되어야 끝나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 아, 물론 이제부터 재의 이야기가 시작되겠지만

    낮과 밤의 경계에 당신은 선을 그을 수 있겠어? ()이든, ()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정확하게 뭔가를 그을 수 있는 자의 표정을 보고 싶어 나는 기억을 수집하는 척후병처럼 생각에 잠겨 있어 못에 걸린 방은 가끔 자지러지게 울고 검은 타액으로 자신의 몸을 닦아내고 있어 달은 저 혼자 희미한 저녁을 떨어뜨리고 태양은 재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숨긴 채 피어나고 있어 버렸다가 되찾아오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 했어 한 번 가진 적 있는 방을 잊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내 산책의 시작은 발등을 스르륵 지나간 외로움으로부터 달릴 수 있는 다리와 날아갈 수 있는 숨겨진 날개와 어디든 살고 있는 바로 그것으로부터

    그런데 말이야, 당신이 다 잊었다고 말하는 순간들도 별들처럼 광활한 우주를 떠다니고 있겠지 낮보다 밤에 우주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는 건 별 때문이야 낮엔 별에 관한 거짓말을 하고 밤엔 반짝이는 별을 보며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기도 해 내 심장은 희미한 가로등 아래서 눈물을 떨어뜨리지 세상의 숨겨진 방들처럼 말이야

 

   얼띤感想文

    시인은 떠나고 없지만, 시는 별처럼 닿는다. 차분하게 읽힌다. 숨겨진 방을 들여다보고 나도 척후병처럼 놓여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잣나무에서 잣은 여러 가지 뜻을 지녔다. 제주 방언으로 기다란 돌담이거나 혹은 성의 옛말도 있다. 나무굼벵이라는 뜻도

    =崇烏

    지난밤엔 한숨도 자지 않았어, 누워 있다가 또 앉아 여러 생각을 했어 잠시 침대에 앉아 머리만 숙여 지나는 개미들의 행렬만 보기도 했어 창밖에 흐릿한 달빛이라도 있었으면 눈은 아프지 않았을 텐데 태풍인지 뭔지 지나가는 통에 비만 줄곧 내렸어 전에 어둠에서 걸어가다가 문지방에 걸려 탁 넘어진 게 화근이었어 아직도 가슴이 아프네 시간이 얼마나 갔을까, 이것도 아물어지는 것 같고 너 오면 병원에 가려고 했어 아침은 뭘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혹시나 해서 지난밤 대문에 받혔던 받이 게도 젖혀 두었어

    늘 이러고 앉아 지겨운 시간을 보내지, 간혹 버스 정류장에 나와 앉아 있기도 하고 마실 사람들 지나가며 지나오는 것도 보잖아 저 우까양반은 벌써 구십이 넘었어 저기 저 유머차 끌고 가는 대구댁은 팔십 훨씬 넘었지 저리 끌고 갔다가 끌고 그냥 들어오는 게 운동이지, 이 동네 사는 노인들 참 오래 사는 사람 많아

    이 방안에 혼자 앉아 있으면 온통 너 생각뿐이야, 그날 그냥 자고 올 걸 하며 생각하다가도 그냥 또 돌아오길 잘했다며 생각하지 종일 불 켜놓고 살 순 없는 일이야 눈이 따갑거든 너는 그렇게 종일 불 켜놓고 있으니 부처는 뭐하는지 이 궂은 한목숨 얼른 걷어 달라고 해도 이리 붙어 있으니 네가 얼마나 성가신 일일까 생각했어 그러다가도 네가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네 마치 사람이 사는 거 같고 머리가 환해지고 언제나 너와 함께 있었으면 하지,

    밤이면 더 외롭고 고독했어 참 질긴 목숨이야 별빛이 있어도 모르고 달이 뜨도 몰라, 난 죽은 목숨이지만 죽은 것도 아니었어 그렇게 기나긴 밤을 보내고 아침은 아침이 아니지만 네가 오면 그때가 아침처럼 느꼈어 달그닥 거리며 다니는 네 발소리와 주방의 물소리가 나에겐 음악 같았어 침대에 이리 앉아 있어도 머리가 환했어 너는 곧 떠날 거고 난 또 여기서 밤처럼 지내겠지, 누가 올 사람도 없지만 누가 오나 하며 창밖을 내다보곤 하겠지 저 지나는 버스만 바라보며 있다가 저녁은 오겠지 해가 지는 건지 별이 뜨는 건지 달은 환한 지 별 관심도 없고

    그렇게 밤은 또 오겠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3건 3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4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9-21
34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9-21
346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2 09-21
34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9-20
34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9-20
34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 09-19
34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0 09-19
34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09-19
34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9-19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09-19
34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 09-18
34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 09-18
34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9-18
34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09-18
34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9-18
34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 09-18
34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9-18
34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9-17
34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9-17
34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9-17
34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9-17
34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9-17
34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9-17
34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2 09-16
34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9-16
34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 09-16
34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9-16
34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 09-16
34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9-16
34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9-16
34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9-16
34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9-16
34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9-15
34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9-15
34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9-15
34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9-15
34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2 09-15
34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9-15
342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 09-15
34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9-14
34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09-14
34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9-14
34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9-14
34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9-14
341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9-13
34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9-13
34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 09-13
34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09-13
341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9-13
34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9-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