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생각했다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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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생각했다
=김윤
발가락뼈가 부러졌다 목발을 짚고 깁스한 발을 바라보면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느낌 거미줄은 반짝이고 질기고 단단하게 조여 와서
새가 되고 싶다고 물고기가 되고 싶다고 다른 종들의 날개와 지느러미와 닭의 가느다란 발목을 생각한다 지네의 발같이 많아서 쓸쓸한 마음 속 수많은 발가락들을 생각한다 살면서 수없이 골절된 아픈 내 지네발들이 툭툭 떨어져 흩어졌다가
파랗고 어린 뼈들이 추운 저녁 서툴게 회반죽으로 내 상처를 싸맨다 한 발을 절뚝이며 도움닫기 하는까마귀의 아픈 발을 본 적 있다
—계간 《미네르바》 2022년 봄호
얼띤感想文
대학가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인도 특유의 식당이다. 카레와 닭고기였다. 카레는 내 생각한 카레와 달랐고 닭고기는 생각 외로 비린내가 좀 난다. 아! 그리고 난이라는 밀가루 음식이 있었다. 난은 여타 밀가루 음식과 달리 쫀득하고 맛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인도까지 가지 않아도 인도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인도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 한 번으로 족하다. 구태여 다시 찾아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음식 시중을 드는 사람은 여자였다. 머리에 히잡을 쓰고 키는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였다. 머리가 작다. 말은 통하지 않았는데 그런대로 소통은 되었다. 뭐라고 얘기하니까 알아들었다. 소스를 가져오고 주스도 우리가 주문한 대로 가져왔다.
대학가 앞이라 붐비다. 젊은이들이 물밀 듯 드나드는 골목,
우리는 밥 먹으면서, 아픈 사람 얘기를 했다. 모 씨의 남편 얘기다. 오십 대다. 얼마 전에 이쪽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다가 서울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통보, 모 씨가 직접 운전해서 갔다. 무슨 암이라고 했는데 조금 심각한 것 같았다. 주위 아픈 사람 얘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인생은 점점 끝에 이른 느낌이다. 더욱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처지에서 마음은 더 우울하다. 앞으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얼마나 더 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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