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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동시에 모두가 왔다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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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2회 작성일 22-09-08 20:05

본문

동시에 모두가 왔다

=김이듬

 

 

    도시의 군중 속으로 나는 사라진다 이렇게 눈비가 한꺼번에 올 때 우산을 세우고 천천히 걷는다 나에게는 즐거워할 일과 돌아버릴 일이 동시에 왔고 사건에 묻어 사건들이 들이닥쳤으며 친구들은 패거리로 몰려왔다가 떠났다 한쪽 눈썹을 치켜들려면 다른 눈썹도 들린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소파를 바로잡은 후 내 등에 쏟았던 정액을 닦아내고 간지러워하며 내가 팬티를 추켜올리려는 순간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남자 친구가 들어왔던 것이다 나의 새어머니가 내게 고분고분해질 즈음 딸을 내놔라 소리치며 죽었던 엄마가 살아 돌아왔던 식이다 이렇게 동시에 진행되는 일들은 가령 우산을 접을 것인가 세울 것인가 눈이 먼저냐 빗방울이 먼저냐 식의 사소한 번민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나는 도시의 우울한 군중 속으로 간다 헤드폰을 꺼내 귀마개 용도로 끼운 채

 

   鵲巢感想文

    어떤 포르노를 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읽었다. 도시의 군중 속으로 나는 사라지듯이 시는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헤드폰의 기능처럼 무엇을 듣는 용도가 아닌 귀마개처럼 무엇을 막는 기능이거나 아예 듣지 않으려는 배설의 문화를 강조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배설은 맞다. 무엇을 읽었다면 풀고 싶은 마음처럼 남자 친구의 아버지가 내 등에 쏟은 정액을 닦아내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팬티를 추켜 입듯이 너의 마음을 쉽게 보았고 또 다른 정부가 내 속옷을 보듯이 들여다보는 이쪽 세계관은 오로지 흰 모서리의 울울창창 숲길이 었다는 것을 죽은 엄마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겠지만, 죽은 엄마처럼 새엄마가 다시 들춰보는 일은 흔한 일이어서 우산처럼 비를 막을 필요는 없었다. 우산을 만들었던 원래의 기능처럼 나는 또 누군가의 마음을 덮어 줄 수 있으면 좋았다. 그건 네가 떠나고 네가 다시 오고 도시의 일상처럼 군중 속에 고독의 눈비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마치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면 다른 눈썹까지도 들썩거리듯이 동시에 작용하는 일, 시의 인식과 부재에 바른 발로 걸어오는 당신과 왼발의 양말을 벗으며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 하루가 하루를 걸었던 그 마음을 다만 씻겨주었다면 그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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