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리스 게이트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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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리스 게이트
=김선우
애초에 문이 있었나요? (네?) 보았습니까, 문을? (문이 있다고 믿는 너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꾹 차 오른다) 본래 없어요, 당신이 기어코 열고 나가야 할 문 같은 건! (공포로 출렁이는 너의 눈동자) 없으니 더는 찾지 마요. 삶은 문을 찾으라고 있는 시간이 아니에요. (운다, 너는) 문이 없으니 당신이에요. (환해진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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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가 만진 시간, 그거, 당신이었지요? 내가 만진 시간, 당신을 사랑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 굳이 말해야 한다면 이것이 나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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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문이 있다 해도 말입니다. 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저글링하는 광대를 생각해봐요. 오렌지든 해골이든 감자든 불공이든 이 손에서 저 손, 저 손에서 이 손 사이처럼 이 문에서 저 문으로 저글링하는 동안 이 문을 떠나 저 문에 닿기 전까지의 시간만 삶이라 부르오. 그러니 딴데 보지 말아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에만도 인생은 짧아요.
얼띤感想文
애초에 문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은 항상 존재한다. 그 문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이다. 우리는 사회를 이루며 함께 일을 추진하고 서로 경쟁하며 삶을 추구한다. 한편으로는 파트너로서의 존재 한편으로는 상극의 경쟁심리로 닿는 끌어들이거나 닫거나 아니면 멀리 두어야 할 문, 문은 하나의 신앙이 되어버린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존재, 그것으로부터 나의 존재의 확인과 인식은 저글링처럼 오지만, 삶은 그 한순간이었다.
문 활짝 열어놓은 자본주의 시대에 나는 어떤 문을 당겼는가? 아니 어떤 문으로부터 나를 확인하였던가! 나를 확인할 수 있었던 문은 있었던가! 그 문이 있었다면 단 얼마만큼의 문으로 존재했던가! 그 문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존재로 부각하길 바라며 어떤 노력으로 세상의 문을 당겼을까! 그 노력으로 만약 그 어떤 문고리라도 잡지 못했다면 어떤 상태가 되었을까!
시인은 만약 문이 있다 해도 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했다. 삶에 있어서 이미 존재의 확인에서 그 어떤 문을 당겨야 한단 말인가! 누구나 열려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어디든 출구가 없는 상황 허한 벌판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다. 삶이란 그와 같은 상태, 시인은 저 문에 닿기 전까지의 시간만 삶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면 저 문은 우리가 놓인 그 상태에서 닫아 건 현재의 시간을 말이다. 지금 이 순간만 집중하기에도 짧은 인생,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은 것이다. 그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것도 어쩌면 삶의 해탈할 수 있는 각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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