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재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퇴근
=이재훈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버스를 타기 전에는 맑았던 하늘인데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갈 때면 늘 가혹하게 막힌다. 모두 저마다 집으로 가거나 외로움을 달랠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저녁 일터로 가는 길일 것이다. 휑한 마음 한구석에 빗방울이 또르륵 떨어진다. 매일 보따리를 들고 어딘가로 나서는 장사꾼의 저녁이 궁금하다. 언제쯤 집에 당도할까. 쉬어야 할 집은 멀고 목은 더 컬컬해진다. 버스 뒷자리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사연인지 생각하다 뒤로 가서 가녀린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지만 모르는 척 그냥 눈을 감는다. 도착할 집은 멀고 잠은 오지 않는다. 버스가 도착할 무렵이면 가까운 막걸리집부터 찾을 것이다. 컬컬한 목이 바짝 마른다.
얼띤感想文
우리는 보따리 장사꾼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팔지 않으면 연명하기 어려운 세상 삶이겠다. 세상을 향해 목청껏 울렸던 내가 다루는 지식과 상품,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버스처럼 무겁고 버스처럼 띄엄띄엄 오는 기회이자 무게감으로 늘 오는 것이지만 마음 한구석은 삶의 거미줄에 놓인 말간 빗방울이나 다름없겠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삶의 버스에서 오는 우는 소리도 들린다. 남 같지 않은 일이다.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지만 거저 지그시 눈을 감는다. 세상은 집으로 가는 길처럼 밀리고 밀리는 길 같다. 이것은 늘 가혹하게 주어진 나의 길이자 우리를 대변한다. 오늘도 목청껏 세상을 향해 울부 짓었던 내 목을 위해 다만,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고 서 있는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란 굳센 기운이나 겁내지 않은 기개를 뜻하기도 하지만, 물건을 담는 그릇도 된다. 무엇을 담는다는 것은 그 용기가 커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담다 보면 커지는 일이며 무엇이든 헤아려 볼 수 있는 안목도 가지게 된다. 그 용기에 막걸리 한 잔 따라 마시면 어느새 세상은 같잖은 일처럼 보이기도 해서 세상 그 어떤 일도 담대하게 바라볼 수도 있겠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