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영원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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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영원
=신철규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에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얼띤感想文
시제 불투명한 영원은 시적 세계관에 닿지 못한 어떤 상황을 묘사한다. 가령 죽음을 모면한 일이거나 죽음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겠다. 무엇이 더 원하는 쪽인지는 분간이 안 간다.
손바닥과 손목은 대조적이다. 손의 바닥과 손의 목으로 손의 윤곽이 오간다. 손의 바닥은 손의 목을 주시하며 그 윤곽을 그리는 셈이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이는 손의 윤곽이며 시초겠다.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선 것처럼 질의와 응답이 있을 뿐이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은 완벽한 세계관을 이룬 죽음의 장면들이며 불붙은 커튼은 그 장막을 하나씩 걷으며 보는 상황을 인식해 들어가는 묘사겠다.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리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이는 시적 세계관을 이루려는 작가의 고뇌를 묘사했다. 하늘이 울퉁불퉁하다는 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었다든가 게으른 나무들 얼른 심고 싶은 시초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슬픔 같은 어떤 감정은 영 일지 않았다.
그러다 물속에 손을 넣어본다. 물은 완벽한 존재물이다. 마치 교본 같은 사전 같은 거기에 붙잡으려고 내밀어 보지만 또 나의 손을 잡아 주는 물의 세계관이었다.
시계에 물이 찼다. 손의 바닥에 물이 차야 성이 풀릴 일이지만, 사실 시계에 물이 찬 것은 그 세계에 닿았음이다. 시계는 시의 범주겠다. 기도가 끝났다. 모든 것이 상황 종료다. 시 한 수 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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