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구멍=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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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구멍
=최금진
오는 길과 가는 길이 서로 입맞춤하는 개미들의 길, 그대 집으로 나는 문상을 갔네 눈을 감고도 길 찾아가는 개미들 서로 부딪히는 법 없이 입에서 입으로 부음을 전할 때 허리 질끈 동인 그대의 식솔들 나 왔다고, 지팡이로 땅을 쿡쿡 찔러 깨웠네 가슴에 한 움큼 흙덩이가 무너져 내렸을 그대 누군가 솜으로 눈과 귀를 막아놓았지만 한 숟가락 쌀알을 가득 입에 물고 그대도 찾아 돌아가야 할 땅 구멍이 있겠지 나는 입속에 물고 온 곡소리를 꺼내어 그대 앞에 내려 놓았네 복숭아꽃 피어 있는 산마을 병풍 속 향냄새를 한상 차려 내오는 그대 내가 주는 것을 그대가 받는다 생각지 않지만 가다가 배나 곯지 말라고 ‘밥값, 언젠가 외로울 때 얻어먹은 저녁일세’ 흰 봉투에 그렇게 적어놓았네 그대와 내가 문득 축문을 사이에 두고 한잔씩 조등을 기울일 때 영차영차, 제 몸의 상여꾼인 개미들은 제 몸을 메고 장판 밑 따스한 구멍으로 돌아가고 있었네
얼띤感想文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은 모르겠지만, 시골에 사는 촌 댁은 방 안에도 흔히 개미를 볼 수 있다. 시인은 그 개미를 보며 시 한 수 낚은 거 같다. 시는 색상과 형태에 비유가 될 만한 것은 거의 다 옮겨오는 거 같다. 글은 개미처럼 작고 새까맣고 움직이는 어떤 형질이며 마음을 옮겨오며 가기까지 한다. 시는 역시 오는 길 가는 길 서로 입맞춤하는 개미의 집 그 집에서 나온 길을 안내한다. 물론 쓰는 작용도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관점도 내게 온다. 그 관점은 한 편의 시를 읽고 마음으로 갖는 심상만은 충분치 않다. 반드시 타자하며 들여다보면 마치 개미가 쌀알처럼 입 안 가득 넣어주는 느낌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저승길 노잣돈이다. 이는 내 마음속 복숭아꽃 핀 산마을 병풍, 그 속을 그려내는 것 향냄새 맡듯 내게 그득히 몰며 오는 저 저승 꽃 축문이 따로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도 배곯지 말라고 차려 준 저 한 상, 중요한 건 차려 준 것인데 받아먹을 줄도 알아야겠다. 오늘도 나는 개미들이 몰고 오는 곡소리 들으며 검정 지팡이 곱게 집고서 천천히 내 마음의 흰 적삼 모시옷에 한 바탕 놀다 온 장을 따스한 구멍으로 몰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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